김영성 展

 

無. 生. 物_Oil on canvas_145x90cm_2013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2013. 6. 5(수) ▶ 2013. 6. 10(월)

Opening 2013. 6. 5(수) pm 5.

입장료 : 없음 | 관람시간 : am10~pm7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無. 生. 物_Oil on canvas_194x97cm_2011

 

 

작은 것들에 대한 헌사

김영성의 근작 <無. 生. 物>

 

1

작가 김영성의 근작들에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큰 것들을 제치고 작은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그는 이들을 자신의 침대 가까이에 두고 이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다. 먹이를 제때에 공급하는 건 물론 생존에 필요한 알맞은 환경을 배려한다. 크게 보아 2천 년대 중반부터다. 애초(2006~ )에는 뿔이 요란한  작은 곤충과 지내더니, 어느 사이엔가 물고기(2009~ )로 바꾸었다. 근자에는 달팽이와 개구리(2011~ )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 명제는 이름 하여 <무⋅생⋅물>이다. ‘보잘 것 없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생명 없는 물체’라는 걸 차례로 열거하여 명제로 한 것이다.

그가 요즘 다루는 생명체는 확대경으로 보아야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이다. 작은 티스푼 위에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달팽이는 제법 엄숙하다. 유리 물 컵 안에서 유영을 즐기는 반짝이는 비늘을 한 빨간색 관상어의 생김새는 찬연하고 보석 같다. 무늬가 요란한 황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의젓한 군자 같다. 그는 이것들의 길이를 10~50배, 면적을 100~2500배 크기로 확대해서 그렸다. 그림에서는 일상의 크기로 보이나, 알고 보면 작은 것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일찍이 작가는 큰 것들보다는 참을 수 없이 작은 것들에 연민을 가져왔다. 우아미를 자랑하는 나비류類 보다는 구조가 입체적이면서 아기자기하고 섬찟한 작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 이전, 1990년대의 탐색기에는 비교적 큰 것들을 그렸다. 뒤엉켜 으깨진 인체와 오브제의 파편들, 아니면 필드에서 운동중인 남녀 골퍼들을 그리다가, 이들에 대한 시선을 접고 2천 년대부터는 미소한 것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근작들은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獻辭 dedication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노트」가 이를 말해준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생명현상의 메타포로서 작은 것들의 특이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평소에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어느 순간 우리의 눈길을 끌면서 불현듯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작은 것들이 종종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촉발할 때 경이로움이 야기되는 걸 컨셉으로 도입하려는 데서다. 그가 작은 것들을 등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문명의 물질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생명체 보다는 기계와 같은 무생명한 것들, 요컨대 기능적인 것들을 과대평가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려는 데 있다. 이 또한 그의 근작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근간이자 전제가 되고 있다.

 

 

無. 生. 物_Oil on canvas_138x138cm_2011

 

 

2

이를 배경에 두고 제작한 작품들로 김영성은 야심찬 근작전을 펼친다. 그의 시선이 그래서 범상치 않다. 일견 범인의 눈으로서는 머나먼 대척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와 물화物化로 인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들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愚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한낱 물物로서의 존재로 격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체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요, 없음無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미소한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미소한 생명체들이 물질의 틈새를 전전하며 살듯이, 물질에 의탁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미소해진 인간의 정황을 그리는 게 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나는 그린다. 생生과 물物이 공존하는 걸 다루는 건 그 하나의 방법이다. 광고사진이나 연극을 연출하듯이, 작은 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실존의 허무無를 그린다.

(「근작 작업노트」에서 번안).

 

그는 이 정황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실크, 유리 용기, 금속 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들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그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실크처럼 반사가 적어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실크는 고급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현대인의 선호 일등 품목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無. 生. 物_Oil on canvas_126x126cm_2012

 

 

작가는 이것들을 티끌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 처이자 은물恩物로 도입하고 묘사한다. 현대사회의 ‘물화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스텐레스 티스푼에 앉아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 걸 그림으로써, 현대인이 누리는 물질적 안락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잠시 예약된 안락일 뿐이라는 걸 우화寓話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투과와 반사가 요란하고 빛의 굴절이 현란한 유리컵의 물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빨강과 노란 빛깔의 비늘을 한 찬란한 관상용 고기와 황금빛과 에메랄드 빛깔을 하고 톱니바퀴나 스푼에 의지하고 있는 개구리를 빌려서는 최후의 집행유예를 즐기는 현대인의 찰나의식을 우화로 보여준다. 상품화된 오브제를 보존하는 데는 흔히 실크를 사용하듯이, 실크를 빌려 요란한 형상을 하고 있는 뿔 달린 곤충을 감싼 건 애석하지만, 잠시 요람에서의 잠을 즐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아름답고 화려한 물질적 안락을 누리지만, 이는 우리의 불안한 현존재의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하고 행복을 구가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마저 투자해야 하는 왜소한 인간 존재의 가벼움은 배가될 뿐이라는 걸 그의 근작들은 완곡히 보여준다. 그리고 현존재의 이러한 정황은 예약된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메시지를 근작들은 절절히 전달한다.

 

 

無. 生. 物_Oil on canvas_145x90cm_2012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하기 위해 작은 것들과 끝임 없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그늘진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은 물론, 무생명한 물질들의 차갑고 섬광을 발하는 현란한 표면을 묘파하는 데 심혈을 쏟는다. 그는 이를 위해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과 싸워야 하고 작은 생명체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그의 근작들은 그야 말로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헌사를 빌려 굴절된 현대의 인간상에 대한 ‘비판’criticism의 날을 세운다. 작은 것들이 갖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물질화에 대해서는 힐난의 시선을 번뜩인다. 그는 이 두 개의 가치들의 교점에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우뚝 세운다.

그의 근작들은 그럼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예찬하고 현대인의 탈생명적 물질의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근작전이 갖고 있는 키워드가 이것이다.

2013, 4.

미술평론가 김복영

 

 

無. 生. 物_Oil on canvas_227x162cm_2010

 

 
 

김영성

 

1973 대한민국 서울 출생 | 199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 2012 알뮤트 1917 갤러리 초대전, 춘천 | 2010 여의도 신한 PB 초대전, 서울 | 2008 갤러리 K 초대전, 서울 | 2007 가나 아트스페이스, 서울 | 2006 킨텍스 국제전시장, 고양 | 1998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초대전/ 대구 문화예술회관, 대구 | 1997 도올 아트타운, 서울 등 15회

 

아트페어 및 단체전 | 2013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 SOAF/ 코엑스, 서울 | 2012 극사실주의 회화: 낯설은 일상/ 서울 시립미술관 순회전, 서울 | 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서울 | 2011~2012 KIAF/ 코엑스, 서울 | 2011 FINE ART ASIA 2011/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 THE FIRST 展/ 성남아트센터, 성남 | 한국현대미술가협회 초대전/ 갤러리 루쏘, 부산 | Collection & Collection 4/ 여의도 신한 PB, 서울 | 2010~2012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서울 | 2010~2012 도어즈 아트페어/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서울 | 2010 김영성, 최경문 이인전/ 갤러리 에이큐브, 서울 | 아트앤 컴퍼니 영아티스트전/ 갤러리 소노펠리체, 홍천 | 2009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 2007  Rest : Take 展/ 갤러리 로얄 개관전, 서울 | 2002~2004 동아미술제 초대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 | 1997 세계를 향한 현대 미술전 형상의 파장전/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 1996 한국 현대 미술의 물결 모스크바 초대전/ 중앙 예술가 하우스, 모스크바 | 홍익 건학 50주년 기념 국제 교류전/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등 50여회

 

수상  | 1997 MBC 미술대전–장려상 | 뉴-프론티어 공모전–우수상 | 현대 조각 공모대전–특선 | 상형전 공모전-특선 | 1996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대한민국 청년작가상 | 동아미술제–회화부 특선, 조각부 특선 | 중앙 비엔날레”–평면부문 입선 | MBC 한국 구상 조각대전–입선 | 대한민국 미술대전–입선 등 30여회

 

작품소장처 | 서울 시립미술관 | 호서대학교 | HI300 골프클럽 등

 

 
 

vol.20130605-김영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