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구 展

 

 

 

 

2014. 6. 5(목) ▶ 2014. 6. 18(수)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 1053-9(1층) | T.042-825-7187

 

 

소우주 MICROCOSMOS_60X60cm_Mixed media

 

 

순수성과 탐구정신으로 축조된 이민구의 예술세계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이민구 작업의 근간(根幹)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비상업적 순수성’과 ‘재료의 탐닉(耽溺)’ 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 지향(志向)적인 상업미술이 판을 치고, 끝없이 자기 복제(複製)만을 반복하는 많은 작가들이 자기 복제 행위(行爲) 자체를 작가의 정체성인 양 착각하고 외쳐대는 작금(昨今)의 사태를 보면, 비상업적 순수성과 재료에 대한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대중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치열한 창작과 예술에 대한 통찰(洞察)을 꾀하는 이민구의 진지하고도 일관(一貫)된 태도는 분명 미술인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미술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재화(財貨)의 가치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시장이 출현하였다. 그러나 그 시장이 몰고 올 파장은 실로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수의 상업화랑들과 작가들이 결탁(結託)하여 대중의 기호와 눈높이에 맞는 상업 지향적 작품의 제작을 당연시 하고, 작품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작가의 신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작품을 왜곡된 진실로 허위 과대 포장하거나 매스미디어를 동원한 언론 플레이로 예술을 호도(糊塗)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으며, 작가를 엔터테이너와 같은 부류로 분류함으로써 스타 이미지와 작품을 결합하여 작품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과 같은 그릇된 행태(行態)들을 공공연히 자행(恣行)하였다. 결국 이런 행위들은 작품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치명적으로 훼손 시켰으며 ‘좋은 작품’의 의미가 대중의 선택으로부터 나온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민구는 이러한 상업미술의 잘못된 관행(慣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은 이미 이민구가 해왔던 그 동안의 작품이 말해 주기도 하거니와 얼마전 가졌던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중들의 인기와 작품의 판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의 조급함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처럼 내 소신껏 내가 하고 싶은 작품에만 매진(邁進)한다면 그것으로 작가로서의 본분(本分)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 작품들이 나의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라는 진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작가의 초연함과 진정성이 읽혀지는 대목이고 상업미술이 판을 치는 현대미술의 시류(時流)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소우주 MICROCOSMOS_60X60cm_Mixed media

 

 

또한 이민구는 줄곧 ‘재료의 탐닉’에 몰두해 왔다. 동양화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을 통해 잡지, 전단지, 신문, 금속, 나무, 흙, CD, 소피(所避), 거미줄과 같은 다양한 형질(形質)의 오브제들과 각종 레디메이드(ready-made) 재료들을 꼴라쥬 기법으로 작품 제작에 응용하는 것을 보면 이민구의 정체성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민구가 선택한 재료들이 단지 재료의 미학적인 측면이나 독특함만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이민구가 추구하는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조형적 완성도까지 고려한 신중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마르셀 뒤샹(Henri Robert Marcel Duchamp, 1887~1968)이 남성용 소변기를 차용하여 발표한 ‘샘 Fountain’ 사건(?) 이후 미술은 그간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개념의 지평을 열게 되었다. “뒤샹 이전의 미술과 뒤샹 이후의 미술은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재료가 갖는 특성으로 인한 표현의 확장과 자유로움, 사고의 다양성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 명백하다. 뒤샹의 이런 발상의 전환은 입체주의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뿐 아니라, 팝아트와 개념미술, 미니멀리즘에도 영감을 주었으며, 나아가 다음 세대의 많은 미술가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민구의 작품 중 거미줄을 채집하여 제작한 ‘소우주’ 시리즈는 다소 전위적(前衛的)인 듯 하지만 그의 재료에 대한 극단(極端)의 실험 정신을 말해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민구가 이미 뒤샹의 후예로서 충분한 자격과 프런티어 정신을 지녔음을 방증(傍證)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향후 더 확장될 재료에 대한 탐구와 선택이 자못 더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민구는 인간과 인간 내면의 심상을 심층적(深層的)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1990년대부터 ‘소우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그 매개(媒介)로 불교의 만다라(曼茶羅, Mandala)를 차용하여 현재까지 일관되게 작품을 전개해 오고 있다. 만다라는 깨달음의 경지를 도형화한 것을 일컫는데, Mandala 말의 소리를 그대로 한자로 옮긴 말로 원(圓 둥근 것) 전체라는 의미가 된다. 이민구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원(圓) 도상과 같은 형태적 표현들은 바로 만다라에 그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소우주’ 시리즈는 20여 년 이상 지속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거듭 진일보(進一步)하고 심화 되었는데, 현재진행형인 ‘소우주’ 시리즈는 의미론적으로는 이상과 현실, 질서와 무질서, 자연의 순리에 따른 생성과 소멸, 사유를 통한 인간 본연의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며, 형태적으로는 재료가 갖는 질료적 특성의 변용(變容)과 재해석을 통한 작가 자신만의 조형언어의 추구이며, 미학적으로는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 만물의 근원에 대한 탐구라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우주 MICROCOSMOS_60X60cm_Mixed media

 

 

이번 메르헨갤러리의 초대전에서 보여지는 작품들 역시 ‘소우주’ 연작을 계속 전개하고 있으면서도 재치 있는 재료의 변용이 눈에 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잡지를 절단하여 빨대와 비슷한 모양의 크기와 굵기로 말아 종이빨대를 만든 후, 포맥스 보드에 종이빨대가 갖는 색의 배합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고착시킨 후, 그 위에 만다라 형태의 구상성의 원과 도형들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가 소실점을 향해 수렴(收斂)되거나, 밖으로 무한 확장되어 분출되는 듯한 시각적 아우라(Aura)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의 응집된 힘이 표출 됨으로써 작품으로부터 웅장한 힘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으로 작품의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 모두 이민구만의 조형언어의 완성도가 점증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민구는 그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자주 직면하기도 하도 정신적으로 많은 고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호(秋毫)의 흔들림 없이 작품에만 매진(邁進)해왔다. 그것은 분명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작품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이 원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작업으로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예술세계에 대한 밑그림은 완성되었다. 이제 그 탄탄한 밑그림에 진일보한 작품들을 쌓아 올려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앞으로 작가의 어떤 예술적 상상력이 발휘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작가와의 인터뷰 때 주먹을 불끈 쥐며 힘주어 말했던 그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의 단편적인 작품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보며 가려고 합니다. 내 작품의 완성은 내가 작업에서 손을 놓는 날까지 입니다. 그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꾸준히 할 것입니다.” 그의 눈은 섬광(閃光)처럼 빛나고 있었다.

 

 

소우주 MICROCOSMOS_60X60cm_Mixed media

 

 

소우주 MICROCOSMOS_60X60cm_Mixed media

 

 

 
 

이민구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목원대학교 미술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4 Microcosmos-ⅩⅩ (메르헨갤러리 초대전, 대전) | 2014 Microcosmos-ⅩⅨ(진주미술관) | 2013 Microcosmos-XⅧ(우연갤러리 초대전,대전) | 2013 Microcosmos-XⅦ (샐러디언갤러리 초대전,서울) | 2013 Microcosmos-XⅥ 7악장 8인의초대전(진주미술관 기획초대전) | 2013 Microcosmos-XⅤ 따로또같이전-Ⅱ(한마음 아트존갤러리 부스개인전,대전) | 2013 Microcosmos-XⅣ(모리스갤러리 초대전,대전) | 2013 Microcosmos-XⅢ (에센르르Art Fair:C,A,R-contemporary Art ruhr/독일, 에센) | 2012 Microcosmos-XII (송은갤러리 초대전, 남원) | 2012 Microcosmos-XI (광주시립미술관 라이트갤러리,서울/성갤러리,대전) | 2009 Microcosmos-Ⅹ (Gallery-Space DA/china, Beijing798) | 2009 Microcosmos-Ⅸ (Asian Art Top Show 2009 Art Fair China World Trade Center) | 2008 Microcosmos-Ⅷ(IAF2008/INCHEON ART FAIR 인천문화예술진흥원) | 2008 Microcosmos-Ⅶ(르셀리에 초대전/대전) | 2006 ART DAEJEON 06-Microcosmos -Ⅵ(대전시립미술관) | 2005 Microcosmos-Ⅴ(알파갤러리,서울/에스닷갤러리,대전/단원미술관,안산) | 2000 Microcosmos-Ⅳ(종로갤러리,서울/갤러리 쉼,대전) | 1999 Microcosmos-Ⅲ(종로갤러리,서울/현대화랑,대전) | 1998 따로또같이전-Ⅰ(옴마니반매홈/시민회관, 대전) | 1997 옛이야기(太古의 image/0-미술관, 일본) | 1996 Microcosmos-Ⅱ(오원화랑,대전) | 1994 Microcosmos-Ⅰ(백송화랑,서울) | 1992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삼성생명 전시실,대전) | 1989 다시각적 조형언어.생성(현대화랑,대전)

 

그룹 기획전 300여회 출품

 

수상실적 | 1987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1987 제 4회 후소회전 입선(호암 갤러리, 서울) | 1987 구상전 입선(미술회관, 서울) | 1988 중앙미술대전 입선(호암갤러리, 서울) | 1990 동아미술대전 입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1992 한국예총 대전직할시 지회장상 수상 | 2007 대전예술인대회-대전예총예술상 수상(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 소사벌미술대전 운영위원(1998,1999,2000,2011) | 제 1회 대한민국 새하얀미술대전 운영위원(2007) | 보문미술대전 심사위원(2003,2006) | 겸재미술대전 대전지부장(2006~2013) |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심사위원(2013)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윤일송 치과 | 목원대학교 | 대전시립미술관 | 성갤러리 | 청도와인터널갤러리 | 대전현대화랑 | 대전서구문화원 | 오원화랑 | 가레울공방

 

현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화1분과 이사 | 대전현대미술협회원 | 대전불교미술가회장

 

 
 

vol.20140605-이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