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남 초대展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_Digital Pigment Print on Ultra Chrom Print_110x80cm

 

 

장은선 갤러리

 

2014. 9. 10(수) ▶ 2014. 9. 20(토)

reception: 2014. 9. 10(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_Digital Pigment Print on Fine Art Paper_100x67cm

 

 

삶의 진실과 기억의 흔적을 찾아서

- 작가 창남의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소고 -

 

 

중국 고대 한비자의 글에는 가장 쉽고 하찮은 것이 가장 어렵고 귀한 것이라는 우화적인 내용이 있다. 당시 연나라의 왕이 장안에서 유명한 화공을 불러놓고 세상에서 그리기 가장 쉬운 것과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화공은 예상과는 달리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귀신과 도깨비이고 반대로 가장 어려운 것은 개와 말이라고 하면서, 귀신과 도깨비는 아무렇게나 그려도 흔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 모습에 쉽게 동화되는 반면 개와 말은 너무나 흔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 그려도 금방 틀린 곳을 지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귀신과 도깨비뿐만 아니라 예컨대 상상의 동물로서 해태나 코끼리(당시에는 상상의 동물)와 같이 형태로 그릴 수 없는 무형의 상상적인 것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결국 그의 눈에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무형의 상상은 유형의 형상 그 이상을 초월하는 무엇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화공의 입장에서 과연 무형의 재현이 유형의 재현보다 더 쉬운 일일까? 물론 화공의 말대로 이를테면 나무 집 사람 하늘 등을 그대로 그리기가 훨씬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 묘사일 뿐 결코 재현이 아니다. 원래 재현(re-presentation)은 심상에 이미 형성된 감정이나 욕구를 시각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며 이와 같이 드러난 것을 이미지(imago)라고 한다. 또한 우리가 이해하는 언어학적 구조에서도 이미지는 대부분의 경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을 지시한다. 예컨대 음악에 내재된 음색, 시의 운율, 신의 내재성, 레미니센스, 자아도취, 데자-뷰, 무아지경 등은 형태가 없는 대표적인 무형의 존재이며 오래전부터 이러한 존재를 드러내는 예술적 행위는 인간 활동에 있어 가장 숭고한 정신행위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비자가 화공을 빌려 말한 무형의 재현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예술적 행위보다 어려운 숭고한 행위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이미지를 우리가 구체적인 형태로 볼 수 있는 유형의 대상만을 지칭하게 되었고 언제나 대상과의 닮음이나 상징적인 규약에 그 가치를 부여해 왔다. 더구나 사진의 출현 이후 이러한 선입견은 가속화되어 사실상 구체적 형상의 모든 시각적인 재현은 사진의 전유물이 되었고, 반대로 그림은 전통적 형상의 재현을 점진적으로 사진에게 양도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재현 대상을 시각적 닮음에 두지 않게 되었다. 결국 그림은 오히려 추상의 형태로 나타나는 모든 형이상학적인 것을 재현하는 가장 탁월한 매체가 되었고 반면 사진은 무형의 대상을 재현하는 매체로는 부적합한 매체로 이해되어 왔다.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_Digitail Pigment Print on Matte Canvas, UV_50x75cm

 

 

그러나 사진 역시 귀신과 도깨비 혹은 추상적인 기억이나 환상과 같은 무형의 존재를 재현할 수 있다. 다만 사진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심리적인 전이(轉移)의 형태로 현실에 실제하고 게다가 가장 흔하고 하찮은 대상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진은 어떠한 경우라도 대상을 번역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이는 원래 예컨대 싸우고 있는 닭을 떼어놓으면 한참 동안 다른 곳을 부리로 공격하고 어제 보았던 산 봉오리가 꿈에서는 여인의 젖꼭지로 보이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사진에서 이러한 전이는 촬영자 자신의 위장된 것으로 일종의 자기반영(自己反映)으로 나타나는데, 그림의 경우 기억과 인상 그리고 음악이 누설하는 무형의 음색을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한 폴 클레(Paul Klee)의 그래픽이나 인간 유형의 형이상학적 변태로 나타나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괴물과 사실상 같은 맥락을 가진다. 그런데 사진의 자기반영에서 특히 대상으로부터 감화된 무형의 주제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일수록 이러한 반영은 더욱 더 모호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진은 매체의 특성상 언제나 그 이미지의 원인적인 것을 지시하는 어떤 있음직한 존재의 자국(index)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다와 나 그 사이 공간_Digital Pigment Print on Matte Canvas, UV_75x50cm

 

 

여기 보이는 작가 창남의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은 바로 이러한 무형의 자기반영으로 주파된 심리적인 전이로 이해된다. 그러나 작가의 사진들은 첫 눈에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환상으로 나타난다. 응시자의 시야를 불편하게 하는 흐릿한 장면들은 모든 인공적인 요소를 제거하면서 그리고 대상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면서 그림과 사진의 경계에서 단순한 색조의 조합이외 그 어떤 분명한 상황도 장소도 지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큰 구도의 빈 여백 역시 추상 표현주의와 일부 미니멀 작품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보듯이 공간을 거의 평면으로 무효화시키면서 사실상 장면을 혼동의 파노라마 추상으로 만든다. 거기서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형태는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원색의 파노라마 장면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촬영순간 반박할 수 없는 실제(Ça a été)를 확인할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여백의 하단에 그림의 형태로 위장되어 있다. 예컨대 물안개 피어나는 어두운 밤 바다, 이제 막 포말로 부서진 하얀 파도, 소리 없이 바다로 사라지는 파도의 잔영 등과 같이 갑자기 상황을 반전시키는 예견치 못하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응시자의 상황적인 환원은 더 이상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발견된 사진적 사실주의로부터 재구성되고 이를 통해 응시자는 작가의 예술적 의도가 단순한 시각적인 닮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기억을 통해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무형의 재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창남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_150x100cm_Digital Pigment Print on Fine Art Paper

 

 

언뜻 보기에 장면들은 테마로서 자연이 그려내는 신비나 그 심미적인 감동을 통해 오늘날 생태계와 환경문제와 같은 물질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내포하거나 디지털 무한 정보시대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상현실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의 비평적인 측면과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숨겨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학적인 담론은 단순히 학습된 이미지 읽기의 조합일 뿐 결코 작품의 메시지가 되지 않는다. 사진에서 올바른 이미지 읽기는 오히려 사진 행위의 주체로서 촬영자 자신의 개인적인 의도를 간파하는 것이며 테마로 선택된 소재들 역시 작가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매개물 즉 심리적 전이로 이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의 창작 의도로서 사진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대중과의 보편적인 소통이 아니라 작가 고유의 내부적 경험으로 소급되어 올라가는 특별한 이미지 읽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장면의 파노라마는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자기반영으로서 자신이 기억하면서 분명히 인지될 수 없는 무형의 욕구와 어떤 아쉬움에 관계한다. 이 점에 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바다와 나 - 그 밀접한 사이 공간은 내면에 응축된 기억의 침전물을 길어 올림과 동시에 욕망인지 욕구인지 혹은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결코 알 수 없는 의식의 실타래를 풀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나에게 끝없는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바다는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게 하고, 보이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일종의 마법 같은 힘을 불어 넣어준다. (...) 이처럼 바다는 가식 없는 나 자신의 다면적인 자아들과 기억의 다층적인 조각들을 펼쳐낸다.”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Digital_Pigment Print on Matte Canvas, UV_100X150Cm

 

 

이와 같이 작가가 던지는 무형의 메시지는 적어도 작가 고유의 경험적인 침전물 다시 말해 자신이 경험한 개인적인 것이 된다. 작가의 몽롱한 이미지와 원색의 환상은 한비자가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을 귀신과 도깨비라고 말했듯이 더 이상 해석학적인 의미도 구체적인 정보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환상 그 자체의 상황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상은 응시자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기억의 환유적 확장 다시 말해 응시자의 경험적 상황으로 환원시키는 심리적 자극-신호(sign-stimuli)가 된다. 게다가 화면을 꽉 채우는 단편적인 큰 구도와 환상을 가져다주는 파스텔 원색은 모든 의미의 확실성을 중단시키면서 응시자 자신의 경험적 상황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있음직한 반-체험적인 상황까지 상상하게 한다. 이를 경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모래와 파도가 갑자기 위대한 예술이 되면서 슬며시 응시자 각자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레미니센스나 몽롱한 기억의 환상을 들추어낸다.

 

우리를 자극시키는 것, 그것은 장면을 꽉 채우는 구체적인 장소와 분명한 정보들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을 자극시키는 현실의 모호한 단편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을 동결시키는 메두사의 마법에서 반박할 수 없는 실제의 자국(indexation)으로 전이된 각자의 경험적인 단편이다. 결국 작가가 보여주는 원색의 바다 사진들은 촬영자 자신의 자화상적인 독백으로 작가 스스로가 긴 인생의 경험담을 쓰듯이 삶의 여정에서 이루지 못한 욕구와 아쉬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환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곧 환상의 수족관처럼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듯이 전혀 논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순수 그 자체로서 기억의 흔적이 된다.

 

이경률(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Digital_Pigment Print on Matte Canvas, UV_75x 50cm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작업을 한 이창남 선생은 원색의 바다 사진들이 촬영자 자신의 자화상적인 독백으로 작가 스스로가 긴 인생의 경험담을 쓰듯이 삶의 여정에서 이루지 못한 욕구와 아쉬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환상으로 나타냈다. 바다는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게 하고, 보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이처럼 바다는 가식 없는 작가 자신의 다면적인 자아들과 기억의 다층적인 조각들을 펼쳐낸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사진작가 이창남 작가의 작품들은 첫 눈에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환상으로 보인다. 사진 속에 장소나 대상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면서 그림과 사진의 경계에서 단순한 색조의 조합이 그 어떤 분명한 상황도 장소도 지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큰 구도의 빈 여백 역시 추상 표현주의와 일부 미니멀 작품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보듯이 공간을 평면으로 무효화시키면서 사실상 장면을 혼동의 파노라마 추상으로 만든다. 거기서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형태는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원색의 장면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촬영순간 반박할 수 없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여백의 하단을 보면 그림의 형태가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물안개 피어나는 어두운 밤 바다, 이제 막 포말로 부서진 하얀 파도, 소리 없이 바다로 사라지는 파도의 잔영 등과 같이 갑자기 상황을 반전시키는 예견치 못하는 장소나 대상에 관한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예술적 의도가 단순한 시각적인 닮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기억을 통해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무형의 재현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달은 몽롱한 기억을 들추는 원색의 환상, 화려한 파스텔 톤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20여점의 다양한 사진전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남 작가는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및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7회의 개인전과 인천아트페어, 경남 현대사진 국제페스티벌, SOAF, 중국 핑야호 국제 사진페스티벌, 제1회 한국-러시아 교류전, Seoul photo 2009 등등 많은 사진전을 했고, 수많은 그룹전을 했다. 쿤스트독 미술연구소 연구위원 역임했고 현재는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출강하고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원으로 있다.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Digital_Pigment Print on Fine Art Paper_100X67Cm

 

 

 
 

창 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프랑스 파리 미술작업 Paris, Perpignan (1990~1996) |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 쿤스트독 미술연구소 연구위원 역임 |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원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출강

 

개인전 | 2014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초대전 (서울, 장은선 갤러리) | 2013 Illusion, 초대전 (프랑스 문화원, 서울) | 2013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 (서울, 인사아트센터) | 2010 나는 바다를 보았다,  초대전 (서울, Gallery M ) | 2010 환유적 바다, 후원전 (서울, 갤러리 아트사간) | 2008 환(서울, 싸이드림 포토갤러리) | 2007 비(서울, 갤러리 비트)

 

2인전 | 2014 日常과 無常 기획 초대전 (충무아트홀, 서울)

 

구룹전 아트페어전 | 2013 인천아트페어 (인천, 선광미술관) 2013   Correspondence 靜動, 기획 초대전 (서울, 브릿지 갤러리)  | 2013 SOAF  (서울, COEX)) | 2012 경기북부 현대미술의 場 (경기, 경찰청제2청) | 2012 SOAF (서울, COEX) | 2010 경남 현대사진 국제페스티벌 (창원, 315아트센터 ) | 2010 중국 핑야호 국제 사진페스티벌 (중국, 핑야호성) | 2010 제1회 한국-러시아 교류전 (러시아) | 2010 동서의 만남 (미국, Hancock University Art &Design Center) | 2009 베이징 포토폴리오 리뷰전 (중국, 베이징) | 2009 Seoul photo 2009 (서울, COEX) | 2009 한국미술의 빛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그 외 다수의 그룹전

 

| 2010  오늘의 작가상 (월간사진예술)   

 

홈페이지 | www.belle.kr

 

이메일 | cachee@naver.com

 

 
 

vol.20140910-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