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림 展

 

" 꽃이피네 꽃이지네 "

 

시월의 목화 그늘_60.6x73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광주시립미술관

  

2014. 11. 13(목) ▶ 2014. 11. 19(수)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31 | T.062-222-8053

 

www.artmuse.gwangju.go.kr

 

 

오동꽃이 피었다는 소식_73x100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일본의 하이쿠 시인 시키(子規)의 하이쿠 한 줄의 시가 가을을 건너오는 동안 마음 언저리를 먹먹하게 맴돌았다. 첫 목화꽃이 피던 여름날을 지나 귀뚜라미가 찾아와 우는 날들을 목화 그늘 아래서 살아 흐르는 바람의 시간들과 함께 견뎌냈었다. 꽃이 말없이 피는 일과 말없이 지는 일처럼 떠남과 머무름이 그렇게 자리를 바꾸는 순간들을 바라보면서 또 한 계절을 지나간다. 삶에도 물기가 마르고 바스라지기 쉬운 가을, 피는 것보다 지는 것들에게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 닿고 그 순간의 그늘을 만지작거리게 됨은 어찌할 수 없이 계절에 순응하는 일인 듯싶다.

 

 

목화 바람이 불고_73x100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목화-친애하는_45.5x53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어떤 사물이 마음을 대신하고 마음을 전하는 언어로 읽힌다는 것, 내게는 꽃이 그러했고 지극한 정성으로 싸여진 단아한 보자기가 그러했다. 그리하여 꽃은 마음을 전하는 향기를 품은 언어라고 여겼다. 피고 지는 순간들이 그러하듯 마음 또한 그렇게 말없이 피고 이우는 순간들이 있음을 짐작하는 것이다. 모든 걸 걸어도 한 생이 아깝지 않은 듯 간절한 눈빛으로 피는 꽃, 대개의 꽃의 운명이 그렇듯 저 혼자 자신의 마음을 열어 세상의 어느 한 부분을 짧은 호흡으로 밝힌 후 스러지는 꽃의 한 생이 삶의 한 부분처럼 애틋하고 애틋했다.

 

순간을 피는 꽃의 생애, 아름다움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아는 꽃의 본성으로 하여 세상의 한 부분이 환해진다는 건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 꽃이 피어 한 계절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그 계절의 품이 넓어지는 일처럼 마음의 한 부분도 그렇게 한 자락을 고요히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피고 지는 꽃들의 순간들과 함께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그친 마음의 흔적들을 보자기에 담고 싶었다. 마음을 풀어내듯 펼치는 보자기와 조심스럽게 여며 묶인 보자기는 그러하기에 마음의 한 형태로 다가오고 해석되는 것이다. 아무런 장식 없이 그저 꽃 한줄기 꽂혀있는 정갈한 보자기처럼 한 삶이 한 생의 부분들이 그렇게 고요히 정리되어도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품어 본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림 속 보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나요?” 한 호흡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입니다” 답하려다가 그만 둔 적이 있다. 보자기 그림의 시작은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드린 아버지의 도시락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보자기 안에 싸여진 것이 꼭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두지 않는다. 그저 단정한 마음의 한 부분이 담겨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달개비-이슬꽃이 피고_60.6x91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목화솜 꽃이 피었다는 소식_90x130cm_장지 위에 석채, 분채_2014

 

 

가끔씩 시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작품을 볼 때 나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변방의 그 무엇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현실의 뒷면에 놓인 절절한 마음들, 체로 가루를 치듯이 내려진 결 고운 사랑들, 그 아름답고 부드러운 속살들을 나는 얘기하고 싶었다. 모든 마음의 밑바닥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 꽃이 핀다는 소식과 꽃이 진다는 기별로 보자기와 함께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이다. 무명빛의 목화꽃으로 가득하던 자리에 꽃은 떠나고 그 빛깔의 목화 솜 꽃이 그 자리를 환하게 밝히며 머무르는 날들이다.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나고 시키(子規)의 계승자였던 교시(虛子)가 시키의 하이쿠에 화답한 하이쿠처럼 자분자분 가을이 흘러간다.

 
 

 

 

■ 장용림

 

개인전 | 2014 네 번째, 시립미술관금남로 분관, 광주 | 2013 세 번째, Gallery GMA, 서울 | 2008 두 번째, Gallery Light, 서울 | 2004 첫 번째, 무등 갤러리, 광주, 도화헌 미술관, 고흥

 

단체전 | 2014 그룹새벽회전, 국윤미술관, 광주 | 2014 ‘점핑’전, 양림미술관, 광주 | 2014 젊은 작가 초대전, 리채갤러리, 광주 | 2014 롯데갤러리 기획 ‘신춘정담’전, 롯데갤러리, 광주 | 2014 전통과 형상회전, 시립미술관금남로 분관, 광주 | 2014 국제여성미술제, 시립민속박물관, 광주 | 2014 무등 Art Festival, 무등갤러리, 광주 | 2014 MVG라운지전, 롯데백화점, 광주 | 2013 계사년 세화전, 향토음식박물관, 광주 | 2013 새벽회정기전, 전남도립옥과 미술관, 옥과 | 2013 전통과 형상회 정기전, 갤러리리채, 광주 | 2013 전대동문전, 전대용지관, 광주 | 2013 예지모 회원전, 호선갤러리, 광주 | 2012 비상-전대동문전, 금호 유·스퀘어 갤러리, 광주 | 2012 가을에 물들다-광주청년작가전,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광주 | 2012 전통과 형상회전, 향토음식박물관, 광주 | 2012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초대전 ‘북향화전’, 향토음식박물관, 광주 | 2012 옥과 미술관 기획전 ‘영· 호남 한국화 교류전’, 도립 옥과 미술관, 옥과 | 2012 자미갤러리 초대작가전 ‘봄의 문턱에서’전, 자미 갤러리, 광주 | 2012 일곡갤러리 초대전 ‘봄을 부르다’전, 일곡 갤러리, 광주 | 2011 광주청년작가전,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광주 | 2011 남도의 풍광전, 은암 미술관, 광주 | 2011 가을이 가고...전, 예다음 갤러리, 광주 | 2011 ‘화통하다’전, 도화헌 미술관, 고흥 | 2011 ‘휴-쉼을 조율하다’전, 자미 갤러리, 광주 | 2011 화담전, 국립광주박물관, 광주 | 2011 찾아가는 미술관, 국립소록도병원, 고흥 | 2011 춘삼월전, 자미 갤러리, 광주 | 2010 광주아트가이드 1주년 기념전, 무등 갤러리, 광주 | 2010 녹색 마켓전, 자미 갤러리, 광주 | 2010 가을전어전, 도화헌 미술관, 고흥 | 2010 마음으로 읽어가는 3인의 그림전, 일곡 갤러리, 광주 | 2010 광주청년작가전, 라이트 갤러리, 서울/롯데화랑, 광주 | 2010 여림 열두 번째 이야기전, 자미 갤러리, 광주 | 2009 변화&나아가기전, 한전프라자, 서울 | 2009 전통과 형상회전, 라이트 갤러리, 서울 | 2009 세일전, 시립미술관 상록 갤러리, 광주 | 2009 청년의 힘_다섯가지 생각전,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광주 | 2009 사월의 비망록전, 일곡 갤러리, 광주 | 2008 아름다운 동행전, 메트로 갤러리, 광주 | 2008 화합+도약전, 메트로 갤러리, 광주 | 2008 탐라, 전라전, 남도향토음식박물관, 광주 | 2008 여성작가 5인 초대전, 북광주우체국 갤러리, 광주 | 2008 남도성의 재해석전, 갤러리 자리아트, 광주 | 2007 전통과 형상회전,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광주 | 2007 도화헌의 추억전, 도화헌 미술관, 고흥 | 2007 ‘칠월에 스미다’전, 대동 갤러리, 광주 | 2007 꽃그림 아트 페어, 김대중 컨벤션센터, 광주

 
 

 

vol.20141113-장용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