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혜 展

 

물속에 담긴 우주자연

Universe Nature within Water

 

교체되는 시간들_149x21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5

 

 

가나아트스페이스 1F

 

2015. 3. 4(수) ▶ 2015. 3. 9(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19 | T.02-734-1333

 

www.ganaartspace.com

 

 

2015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_97x136cm_한지에 수묵담채_2015

 

 

물 속에 담긴 우주자연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조감의 시선에 의해 드러난 이 풍경은 물과 돌이 있는 계곡의 어느 한 곳이다. 근접해 들어간 화각은 화면 가득 계곡의 밑자락을 펼쳐 보여준다. 설악산(계곡)과 거제도(바다)에서 만난 물속의 한 장면이라고 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저와 같은 풍경,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 풍경을 찾는 일도 일종의 유람이고 소요이자 자연의 이치를 찾는 여정일 것이다. 물과 돌이 있는 계곡(혹은 바닷가)의 어느 한 자리는 자연의 축소판이고 산수가 오롯이 들어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고인들은 작은 수석 하나에서도 우주 삼라만상을 다 헤아려보았고 음미했다. 그리고 그것을 은밀하게 완상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오묘한 자연미를 절감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림없는, 인위성으로는 도저히 가닿지 못하는 어떤 경지를 사무치게 깨달았을 것이다. 산이 그렇고 물이 그러하며 산수화를 그리고 감상했던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으리라 본다. 결국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과 매혹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능한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요소를 간추려서 화면 위로 불러들였던 것이 옛그림이었다.   

그러니 한경혜가 그리는 이 풍경 역시 단순한 계곡(바다) 풍경이 아니라 축소된 자연이자 일종의 산수화이며 수석도, 혹은 물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가 그린 물은 흐르는 물이자 잠시 숨을 고르듯 쉬면서 잔잔히 흘러가는 등 다양한 양태를 보여준다. 작가가 그려낸 물은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인 물의 모습이다. 작가는 쉬고 있는 물을 그리고자 했단다. 물이 쉬고 있다? 물은 항상 아래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물의 순리이다. 흐름을 멈추거나 고여 있는 물을 상상하긴 어렵다. 그런데 작가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쉼 없이 흐르는 물이 어느 순간 느리게, 고요하게 머물면서 천천히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모습을 주목해 보았다. 물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아래로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너무나 투명한 물은 그림을 보는 이의 눈을 잠시 속인다. 물은 사라지고 밑에 잠긴 여러 돌들만이 반짝이면서 다가온다. 다시 눈을 대면 물은 잔잔히 흘러간다. 어쩌면 물/수면은 보는 이의 시선을 희롱한다. 수면에 눈을 맞추면 돌의 존재는 잠시 망각되고 돌에 초점을 맞추면 돌을 덮고 있는 물의 존재가 잠시 사라진다. 관자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물과 돌은 출몰과 사라짐 속에서 미끄러진다. 화면 또한 그러하다. 저 둘의 존재를 동시에 바라보는 일은 가능할까?

 

 

2월의 물_54x60cm_한지에 수묵담채_2014

 

 

한경혜의 그림은 계곡(바다)물에 담겨있는, 다채로운 색상을 지니고 모양도 제각기 조금씩 다른  자잘한 돌들을 보여준다. 세심한 필선으로 돌의 윤곽과 주름이 그려지고 여백부분이 투명한 물의 자취가 되었다. 그렇다고 정밀하고 강박적인 재현과는 다른 소박하고 간소한 그림이다. 담담한 담채효과가 필선과 수묵의 맛을 고양시킨다. 그러자 실제 보는 이의 발밑에 시리고 투명한 물과 보석 같은 돌들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흡사 거대한 자연풍경이나 속세의 바글거리는 공간, 인간 존재를 또한 연상시킨다. 그 위로 흘러가고 굽이쳐 지나가는 물의 모습이 안개나 구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작가는 저 계곡과 바닷가에서 오래시간을 보내며 여러 상상과 상념에 젖은 시간을 보내고 온 듯하다. 응시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과 돌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모종의 깨달음이나 어떤 느낌이 있었던 듯 하고 그것을 풍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는 그 ‘느낌’을 그리고자 한다. 그러니 이 그림은 옛 문인들이 자연물을 빌어 자신의 심의를 전달하고자 했던 문인화의 전통에서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다. 문인화는 무엇보다도 외부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심상의 표출’에 그 의미가 있는 그림이다. 비록 외물이라고 할지라도 작가내면에서 그 대상이 완전히 녹여진 상태, 그러니까 ‘물아일체’가 된 상태를 필묵으로 드러내는 행위 과정과 그 결과물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 문인화다. 더불어 그것은 직관이나 원초적인 무의식세계와 같이 보이지 않는 세계, 그래서 언표 될 수 없는 세계를 조형언어(문자언어)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경혜가 그린 풍경은 소박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풍경이다. 그저 자연의 어느 한 측면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런데 기존의 풍경화들이 보여주는 관습적인 풍경적 요소나 드라마틱한 과장이 없다. 그저 담담하게 관조하며 관심과 무관심의 중간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선이 나로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사물, 풍경을 본다는 것은 대부분 학습과 관습의 힘에 의해서 본다. 풍경을 본다는 것도 그것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이미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풍경에 대한 상투형에 기대어 바라본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그린다. 그러니 대부분의 풍경화는 작가 자신이 보고 있는 눈앞의 대상 자체를 보는 일도 아니고 그리는 일도 아니다. 그저 학습되고 경험화된 관습의 힘에 눌려서 보고 그린다는 얘기다. 좋은 그림은 바로 그 관습의 힘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미래를 간직하다(행복한 날)_54x73cm_한지에 수묵담채_2014

 

 

박지원은 <능양시집서>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까마귀는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깃털이 매우 검긴 하지만 가끔 유금빛도 어른거리고 석록빛도 보인다. 햇빛을 받을 때는 보랏빛이나 비췻빛으로 반짝인다. 그러니 푸른 까마귀나 붉은 까마귀라고 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검은 까마귀라고 단정하는 것은 내가 눈으로 볼 색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보기도 전에 눈으로 볼 색을 마음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천하의 뭇 검은 색을 모두 까마귀색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푸른 빛이나 붉은 빛은 아예 없었던 것이 된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가 사물과 대상을 규정짓고 파악하는 것, 보고 그리는 것 역시 기존의 선입견이나 거칠고 폭력적인 관습 혹은 상투형의 세계관에 길들여진데서 파생한다고 볼 수 있다.

 

한경혜는 누구나 보고 그렸던 물이 있는 풍경에서 조금 떨어져서 본다. 그린다. 우렁찬 계곡물의 위용도 없고 장쾌한 자연의 힘도 부재하다. 겨우 눈에 띄는 물의 흐름과 그 안에 보석처럼 박힌 작은 돌들이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물은 천천히 흘러가거나 좁은 공간에서 돌의 존재에 맞춰 비껴가거나 약간의 흐름을 바꿀 뿐이다. 물은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타자의 존재에 조응하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간다.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 물에 닳은 돌들은 저마다 제각기의 형태와 색채를 지니면서 동일성 속에서 무수한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것이 진정한 존재의 초상인지도 모르겠다. 전에 작가는 나에게 말하기를 맑은 계곡의 물은 순박한 아이의 마음 같아서 좋고 무섭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운 체 ‘순간’을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글쎄 근자에 한경혜는 자신이 즐겨 찾았던 거제도와 설악산의 계곡과 바다에서 만난 물과 돌을 통해 또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오랜 시간 저 풍경을 그리면서 과연 어떤 상념에 혼곤해졌을까?

 

 

내외명철_45.5x53cm_한지에 수묵담채_2014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붓으로 물을 담을 때 나는 그 순간에 물이 되어서 물의 울림을 전달하고

돌을 그릴 때는 돌이 가진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생물이나 수초가 형상화 되면 조용히 생체의 심장박동수를 느끼고 같이 호흡한다.

‘나’라는 자신이 그림에 등장되어 어떤 때는 물이 되고, 돌이 되고, 수초가 된다.

또한 생물자체와 초접정을 유지한 긴밀성을 함께한다.

한마디로 나 자신과 동체화 되고 싶었다.                                       - 한경혜 -

 

Painting is not drawn by a brush.

When brush is soaked in water,

I become the water instantaneously and deliver the vibrations of it.  

When drawing rocks, I try to hear the inner voice of the rocks.  

And I try to feel the heartbeats and breathe together quietly with the living beings or water plants once they've started to take shapes.  

Myself 'I' have appeared in the paintings and have been transformed into water, rock, or water plants.  A very close bond is formed.

In short, I wanted to become one with them.                     - Han Kyoung hye -

 

 

수초도시_98x136cm_한지에 수묵담채_2015

 

 

 
 

한경혜 | Han, Kyoung-Hye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석사졸업 석사논문 : [水波表現硏究] | 2009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졸업 박사논문 : [東洋繪畵에 나타난 물 表情硏究- 本人 作品 中心으로]

 

개인전 | 2015 한경혜 제 7회 개인전: 물속에 담긴 우주자연 (가나아트스페이스) | 2013 한경혜 제 6회 개인전: 물속의 돌, 돌속의 자연 (가나아트스페이스) | 2010 한경혜 제 5회 개인전: 물 속 돌을 그리다 (갤러리 이즈) | 2008 한경혜 제 4회 개인전: 물이 보여주는 바람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08 한경혜 제 3회 개인전: 물속에서 나를 보다 (공갤러리) | 2007 한경혜 제 2회 개인전: 물속에서 물을 보다 (공갤러리) | 2005 한경혜 제 1회 개인전 :나는 나를 사랑한다 [테마: 禪畵展] (공갤러리) | 2002 한경혜 물항아리전 (통인화랑)

 

2014 LA Art Show (LA Convention Center, U.S.A.) | 2014 문인화정신과 시월전(동방대학원대학교 호운미술관) | 2014 파리 국제전-畵.·風展 (Galerie BDMC , 프랑스 파리)  | 2014 현대 한국화 기획전-P0sition展 (경민현대미술관) | 그 외 국내외 아트페어, 기획전 및 단체전 다수 참여

 

작품 소장처 | 이라크 아르빌주청사(KRG) | 아르빌 하울러 공항청사 등 | 외교통상부(이태리 밀라노 총 영사관) 소장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창원지방법원

 

경력 | 2010. 3-2012.12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강의 | 2005. 7-2007. 7.육군 문화예술 정책자문위원

 

현재 |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협회원

 

 
 

Vol.20150304-한경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