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展

 

" 비환원적 시선으로 순환적 세계를 성찰하다 "

 

마이산-빛에 기대어_35×35cm_Oil on canvas_2015

 

 

갤러리 가회동 60

GAHOEDONG 60

 

2015. 5. 15(금) ▶ 2015. 5. 21(목)

Opening 2015. 5. 16(토) PM 2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5 | T.02-3673-0585

 

www.gahoedong60.com

 

 

주왕산-합창 교향곡_60×41cm_Oil on canvas_2015

 

 

비환원적 시선으로 순환적 세계를 성찰하다

 

화면 위에는 서로 다른 차원의 두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현상적인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표상적인 세계이다. 화려하지만 절제된 색과 부드럽지만 힘있는 선들로 표현되어진 산의 몽환적인 풍경을 선명한 색의 흔적들이 날카로운 상처를 남기면서 유연한 선율처럼 대기를 감싸며 흘러가고 있다. 김민선은 서로 충돌하는 두 세계를 물질을 통한 회화적 유희로 화해시키고 있고 이 어울림은 메아리처럼 우리의 망막에 부딪혀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까지 형과 색의 절제를 통한 원형적 이미지로 산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고 비움으로써 자연의 텅 빈 충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제 그 자리에 기표 같은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등장한 흔적은 어떤 기의를 지향하고 있을까?

 

일산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북한산, 월출산, 한라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산 한 가운데 서있었다. 세계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은 화가가 자신의 신체를 세계에 빌려줌으로 가능하다고 한 메를로 퐁티의 말이 떠오를 만큼 작가 김민선이 산을 향해 자기 자신을 열어 놓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작가는 올해 환갑을 맞이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태어난 해와 동일한 육십갑자의 간지(干支)해가 다시 돌아오자 작가는 비로소 인생의 꽃이 핀 것 같은 느낌이고 이전과는 다르게 사랑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서문에서 ‘층리’같은 산의 이미지에 주목해 단층지대에서 분출되는 작가의 내적 에너지를 읽어내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가는 여정에 대해 말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시선이 오롯이 타자와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시선과 세계관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스타일의 변화를 동반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서 그 세계를 재창조하는 수단이 스타일이라는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김민선의 그림은 산-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본다는 행위에는 근본적으로 나르시시즘이 깔려있다. 사랑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작가에게 지층의 충돌로 솟아난 산은 이제 피어나는 꽃봉오리로 보이기도 하고 기도하는 손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메를로 퐁티는 이것을 "봄(vision)의 우주적 나르시시즘"이라고 표현하면서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이 서로 환위되면서 시각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 사이에서 익명의 자기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 말한다. 북한산 인수봉이 기도하는 손이 되고, 월출산 정상이 사랑을 기다리는 수줍은 꽃봉우리가 되는 것은 ‘익명적으로 태어나는’ 작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인 것이다.

 

 

북한산-산을 넘는 바람노래_60×41cm_Oil on canvas_2015

 

 

이보다 더 큰 변화는 화면 위에 새롭게 등장한 ‘흔적-틈’이라 하겠다. 대기에 흩날리고 있는 꽃잎 같은 표상적 이미지들은 현상적이고 감각적인 세계의 빈틈으로 새어 나오는 본질적이고 초월적인 세계의 빛과 같이 다가오기도 하고 산포되어있는 태초의 물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별로 되돌아간다. 우리 몸과 세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들은 수소와 헬륨이 타면서 빛나고 있는 별에서 만들어져 온 것들이다. 프랑스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는 인간이 환경에 꾸준히 적응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세상과 인간의 마음 사이에 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산과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별을 찾는 인간의 마음은 때묻지 않은 원초적인 순수한 마음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형(形)의 결속력을 깨트리며 날리는 꽃잎 같기도 하고 상처 같기도 한 ‘흔적-틈’은 존재와 세계의 연속성과 순환성을 보여주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망 속에 작가 자신을 위치시키는 상징적인 행위인 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우리에게 시각적 혼란을 선물한다. 화면 위의 ‘흔적-틈’에 주목하면 풍경이라는 이미지는 질료로 구성된 얇은 막에 불과하다는게 되어 버리고 산의 형상에 눈길을 주면 ‘흔적-틈’은 우리의 지향적 시선을 끝임 없이 방해하면서 형이상학적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참된 세계를 가리고 있는 "마야의 베일"이라면 그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한편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빛이다. 김민선의 작업에는 무명의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영이 없는 산의 풍경은 색채로 충만하고 대상 전체를 관통하면서 형상을 드러나게 하는 선 역시 빛을 머금고 있다. 빛은 세계를 이해하는 감각을 깨워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관조를 가능하게 해준다. 보나벤투라는 빛을 통해 인간정신이 "우리 밖에서(extra nos) 우리 안으로(intra nos) 그리고 우리를 넘어서(supra nos)는" 과정을 거쳐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김민선이 산을 바라보고, 오르고 그리고 표현하는 예술적 프로세스와 많이 닮아 있다. 빛을 머금은 색들은 일상적인 시선 속에서 잠자고 있던 힘들, 즉 존재의 비밀을 일깨워 우리를 성찰로 인도하고 사르트르의 표현처럼 "모든 사람이 느낀 대로의, 그러나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세계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시선은 산이라는 타자적인 것으로 표현되는 존재의 근본성을 바라보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욕망은 전적으로 다른 것, 절대적으로 타자적인 것으로 향한다"는 레비나스의 말처럼 김민선의 그림은 필연적으로 환원적이지만 비환원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공시적인 표상구조가 아니라 통시적인 표현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김민선이 세계에 던지는 시선은 어떤 순수의식에도 환원되지 않는 타자성 그 자체이고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산이라는 세계 공간에 자신을 던짐으로써 얻어지는 성찰과 향유의 결과물인 것이다.

 

노순석 (조형예술학 박사)

 

 

북한산-빛을 바라보네_65×35cm_Oil on canvas_2015

 

 

A Cyclical World from a Non-reductive Perspective

 

Two images in different dimensions coexist in Kim Min Sun’s scenes. One is a phenomenal world and the other is a presentative world. Hypnotic landscapes of mountains depicted with flashy yet moderate color tones and gentle yet potent lines flow like smooth melodies. Kim Min Sun reconciles these two clashing worlds through pictorial amusement and this orchestration leaves a lingering resonance on our eyes. The artist previously expressed her respect for mountains through archetypal images depicted with understated shapes and colors. She presently has started leaving signifiers. The question is what she intends to signify.

 

When I met the artist at her studio in Ilsan, she was standing in the middle of the mountains she loves such as Bukhansan, Wolchulsan, and Hallasan. She opened herself to mountains, which was quite impressive as I thought back to what Maurice Merleau-Ponty argued: "When depicting the world in painting it is possible for a painter to lend his or her body to the world."While discussing her new work, she said in a neutral voice that her views had changed now that she was sixty.

 

As a sexagenarian she at last feels her life is in full bloom and views the world differently. In my last essayon her work, I pointed out that her mountains looked stratified, sensing that her inner energy was like an eruption from the fault. I thought her previous work was like journey to discover her true self whereas in this work she looks towards others and the world.

 

The style of one’s art is inevitably accompanied by an alteration in gaze and worldview. Andre Malraux suggested that one’s style is a means to recreate the world. Kim’s painting is a way to view mountains and the world. The act of viewing is elementally imbued with narcissism. To the artist who sees the world with an affectionate eye, mountains that surged from the crust look like flower buds or praying hands. Merleau-Ponty explained that this is anonymous self comes into being between something visual and sensuous as one who sees is displaced by what is seen he described this as "cosmic narcissism of vision." Insu Peak on Bukhansan looks like a praying hand and the top of Wolchulsan looks like a coy flower bud, hinting at her own appearance as one who "anonymously comes into being."

 

 

성산-돌아와 거기 서있네_65×35cm_Oil on canvas_2015

 

 

Kim’s painting has gone through changes with "traces-chasms."These presentational images like petals scattered in the air look like the lights of an underlying transcendental world or feel like primal matter. We areborn in and return to stars. Almost all elements making up our bodies and the world come from stars that brightly shine as hydrogen and helium burn. French physicist Louis de Broglie claimed that humans can adapt themselves to the environment because the world has a structural similar to the human mind. The human mind looking for stars in the sky is like a mind looking for innocence and purity. In this respect, "traces-chasms" that look like scattered petals or wounds stand for a symbolic action of locating herself in the network of man and nature, displaying the continuity and circularity of beings and the world.

 

Her works bring viewers to a state of visual confusion. If paying attention to "traces-chasms," we come to regard her landscape as nothing but a thin veil composed of material. If taking note of the form of mountains, we come to realize the "traces-chasms"bring forth metaphysical events, disrupting our gaze incessantly. And then, the artist asks us a question: "If what we see now, the ‘veil of Maya’ used to veil the true world, what on earth is beyond it?"

 

One more aspect we have to pay attention to is light. There is no anonymous gloom in her work. Mountains displaying no shadows are full of hues and lines penetrating the object as a whole, and uncovering its form, arealso imbued with light. The light enables us to mediate and explore truth, awakening our senses to grasp the world. Bonaventura alluded that human spirits could reach the truth in the world outside of us (extra nos), the world within the mind (intra nos), and the world of revelation from above (supra nos). This looks very much like Kim’s artistic process of viewing, ascending, and depicting mountains. Colors imbued with light lead us to introspection by awakening the dormant forces in our eyes or the secret of or existence, showcasing us the world "all has felt as it is but nobody has seen" as Jean-Paul Sartre described.

Kim after all is looking at the elemental quality of being represented with mountains. As Emmanuel Levinas asserted "Our metaphysical desire seeks the completely different and the absolutely other," Kim’s painting is inevitably reductive but has a non-reductive structure, pursuing diachronic depictions, not any synchronic presentational structure. What Kim views is otherness itself that is not reductive to any pure consciousness and her work is the result of her introspection and enjoyment of the space of mountains she could obtain by turning her eyes onto the space.

 

By Roh Sun-seok, Ph.D. in Formative Art Studies

 

 

한라산-시간의 바람_91×50cm_Oil on canvas_2015

 

 
 

김 민 선 | 金旼宣 | Kim min-sun

 

한국 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여성 경영자 과정 수료

 

개인전 | 2015 갤러리 가회동 60(서울) | 2014 가원미술관 (경기) | 2014 갤러리 가회동 60(서울) | 2013 경인미술관(서울)

 

2015 Soft power-Art 한국대표작가 후크오카 OrinasuYame 미술관초대전

 

활동 및 경력사항 | 2008 유티모스트아이엔에스 (주) CFO | 1989~1996 주식회사 홍익정보 시스템 CEO

 

현재 | 서울미술협회회원

 

 
 

vol.20150515-김민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