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 서주선 展

 

 

사군자 이야기_126X72cm_한지에 혼합 채색_2015

 

 

갤러리 라메르

 

2015. 5. 20(수) ▶ 2015. 5. 26(화)

Opening 2015. 5. 20(수) PM 6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 T.02-730-5454

 

www.gallerylamer.com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미추홀실

 

2015. 5. 29(금) ▶ 2015. 6. 4(목)

Opening 2015. 5. 29(금) PM 6

인천 남동구 구월동 1408 | T.032-427-8401

 

art.incheon.go.kr

 

 

 

지루함_90X61cm_한지에 혼합 채색_2015

 

 

초대의 말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로움에 젖어 계시는데 이렇게 초대의 글을 적다보니 번거로움을 끼쳐드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스러움에 글쓰기가 망설여지게 됩니다.

어찌 살다보니 제가 금년에 회갑을 맞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자랑도 아니고 요즘이야 환갑의 나이는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생각건대 이 풍진 세상에서 6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온 의미를 갖는 주갑전을 해보자는 뜻을 갖고 이렇게 작품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차에 걸친 개인전에서 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춰 전시를 해왔습니다.

역시 이번 전시에서도 주제를 생각하다가 지난 30여 성상에 걸쳐 그려온 문인화의 정신적 기조이며 기본적 화목인 사군자라는 주제로 한정하여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제목을 '点찍고 徐본다' 라고 정하였는데.... 즉 어떤 전환의 点을 찍고 徐(천천히) 본다는 뜻으로 설정을 하여 본 것입니다.

표현은 지금까지 해오던 수묵 작업에 근간을 두었지만 다양한 재료의 물감으로 진채 작업을 하는 등 재료와 기법을 한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다른 표현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근정 서주선 문인화전' 이라고 했던 제목을 '근정 서주선 작품전' 이라 하여 이번 작업에 맞춰 의미를 넓게 썼습니다.

사군자로 한정하여 작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표현이 어려웠으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다 보니 작업의 퀄리티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전시를 앞두고 보니 부끄럽고 두려울 뿐입니다.

하지만 부디 오셔서 뭔가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깊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동호제현들의 많은 질책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댁내에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2015 5월에 서 주 선 올림

 

 

나무처럼_66X44cm_한지에 혼합 채색_2015

 

 

간(簡)과 정(靜)의 문인화 세계

 

 

직관적인 말이나 글은 종종 논리의 그물을 뛰어넘거나 벗어나곤 한다. 그 결과 때로 표현이 과감히 생략되어, 간략하며 함축적임이 특징이다. 시각적 공간예술인 그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사물의 순간적인 이미지로부터 그 본질을 통찰하여 일필휘지의 운필로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인화야 말로 그 전형적인 장르라 하겠다.

 

일획이 만 획으로 뻗어 나가고, 만 획이 일 획으로 모이며, 형태를 그리나 창작의 본지는 정신과 뜻을 표현함에 그 묘미가 있는 그림, 그것이 바로 입상진의(立象盡意)의 문인화의 세계이다. 그래서 문인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려면 이형사신(以形寫神) 혹은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제대로 구현한 작품인지의 여부를 가늠할 줄 아는 안목이 요구된다. 즉 문인화도 엄연한 시각예술의 한 장르이기에 사물의 이미지를 감상자들에게 공감이 가도록 그리되(形似能力), 그 이면에 들어있는 상외의 상(象外의 象)을 표현함이 그 정수(精髓)요, 이를 위해 오랜 화기(畵技)의 연마와 사물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요구되는 장르란 말이 되겠다.

 

한편 문화 예술은 시대의 산물인 만큼 그 세태를 반영함은 물론이나, 그저 세태의 반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회화의 한 장르로 그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특유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소재나 재료, 표현방법 등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 새로운 시각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바야흐로 회화 장르의 통합과 불구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한데, 시. 서. 화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특유의 장르인 문인화야 말로 가장 독자적인 생명력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서 그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한다.

 

 

들에 핀 꽃_43X33cm_한지에 혼합 채색_2015

 

 

근정 서주선 화백의 네 번째 문인화 개인전이 세인들의 주목 받을 만한 이유는 무엇보다 문인화의 그러한 장래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주갑(周甲)을 맞은 근정 서주선 화백이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초지일관 문인화 창작에 천착하고 있음을 보노라면 문인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금번 전시회의 타이틀을 ‘점(點)하나 찍고, 서(徐)보다’라고 새겼는데 그 표현이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먼저, 어언 주갑(周甲)에 이른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그간 자신이 이룬 예술적 성취를 겸허히 정리해보고, 그 과정에 드리워졌던 빛과 그림자들도 한 번 반추해 보고자하는 소박한 꿈을 표현해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서(徐)’란 천천히 라는 의미도 있지만 평온함이란 뜻도 되니, 이제 젊은 날의 열정적이고 말초적인 기욕(嗜慾)을 승화하고 뛰어넘어 한결 여유로움과 유유자적의 은(隱)과 일(逸), 총명(聰明)을 의미하는 노(老)의 경지를 바라보고 보다 높은 예술적 경지로 나아가고자 함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번잡함과 시시비비로 출렁이던 마음 밭을 고향의 청보리밭 이랑처럼 가지런히 하고(心齋), 갈밭에 부는 맑은 바람처럼 고요하고 평온한 비움의 경지에 이르러 자신의 예술혼을 마음껏 발산하고자 하는 징회미상((澄懷味象)을 위한 다짐이라 짐작해 본다.

  

이러한 담박(淡泊)하고도 정제(精製)된 마음을 서주선 화백은 문인화의 소재 중에서도 그 기본 골조라고 할 수 있는 사군자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 보임으로써 그려내고 있다. 사군자는 그 역사성과 높은 품격으로 인해 문인화가들이 선호하는 소재이나 화조나 영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윤하거나 우미한 맛이 덜한 것처럼 보여 현대적 미감에 익숙한 감상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쉽지 아니하다. 또한 그 분위기가 단조롭고 그 골기가 유별날 뿐 만 아니라 수묵 특유의 창백함과 무미건조함으로 인해 작가의 역량을 드러내기 또한 쉽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을 일람하며 그러한 염려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근정 서주선 화백의 작품들은 오랜 수련을 통한 철석(鐵石) 같은 필력으로 슬쩍 스치듯 뿌리치듯 지나간 궤적에서도 그 골기(骨氣)와 단호(斷乎)함이 넉넉히 드러나며, 능숙한 용묵을 통한 수묵 특유의 습윤함과 차분함을 잘 발휘케하여 감상자들로 하여금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본시 체득의 경지에 간 솜씨는 마치 자연스러이 배어나오는 땀과 같아서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이처럼 그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일 것이다.

 

 

꽃다운_54X48cm_한지에 혼합 채색_2015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순지 위에 펼쳐진 무채색과 유채색의 자연스러운 조화이다. 먹을 남용치 않고 절제하여 먹빛의 차분함과 무게감이 색의 우아함을 감하지 않고, 자칫 경박해 보이기 쉬운 유채색을 능숙하고 적절히 사용하여 색의 화사함과 경쾌함이 묵의 고요함과 진중함을 훼손시키지 않았다. 오방색을 과감히 사용한 작품도 보이는 데 그 역시도 전통 문인화의 파리함과 창백함을 극복하여 난잡스럽지 않으면서도 명랑한 표정의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 내었다.

 

구륵법(鉤勒法)으로 절도있게 끊어친 겹겹이 쌓인 바위는 주로 청록 계통의 색을 사용하여 화면에 생동감과 중후함을 더해 줘, 절개와 엄전함을 상징하는 사군자와 훌륭한 궁합을 이루고 있다. 간간히 소품 처럼 등장하는 다람쥐의 앙징맞은 표정은 작가의 미물에 대한 애정과 해학적 기질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색다른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흔히들 동양 그림의 특징은 여백의 미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문인화를 그려보면 여백의 처리가 결코 만만치 않고, 화면에 각 소재들을 포치함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여백의 처리는 화면을 장악할 수 있는 화력(畵力)과 감각적인 구도 실력에 좌우되는 것일 진대, 서주선 화백은 이번 작품들을 통해서 능숙한 구도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즉 여백이 동양화의 멋이요, 도말만폭(塗抹滿幅)의 서양화 보다 많은 내용을 함축할 수 있다고 하나, 자칫 허함이 지나쳐 화면이 전체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때로 너무 실함에서 오는 답답함이나 무질서 함에서 오는 산만함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서주선 화백의 문인화는 마치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 점잖은 선비들이 제각기 편안한 가운데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치 자리를 잡고 청담준론(淸談峻論)들을 나누는 것과 같은 문인화 특유의 여유롭고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또한 여백과 유채색을 통한 화면의 절도있는 기하학적 분할은 전통적인 문인화의 구도 양식을 벗어나 서양의 추상화와 같은 현대적 미감을 느끼게 한다.   

 

요즈음 문인화를 보면 시와 서 그리고 화 중에서 시와 서의 비중이 점점 빈약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른 장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세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그 품격과 멋을 한껏 발휘함으로써 전통 예술의 한 장르로 얼마든지 발전해갈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서와 시가 점점 사라져 서양의 수채화나 산수 중심의 한국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문인화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음이 안타깝다.

 

이러한 문인화단의 경향 속에서 간혹 뛰어난 서사능력과 품격 높고 함축미 있는 의미의 화제(畵題)가 곁들여진 문인화를 보면 대단히 반갑다. 서주선 화백의 화제가 유난히 돋보이고,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줌은 작가의 뛰어난 서사능력 때문이라 하겠다. 한글 세대에 어울리는 한글 화제를 능숙한 서사능력으로 일필휘지함으로써 화면이 더욱 풍요롭고 짜임새가 더해 졌을 뿐만 아니라, 화부진의(畵不盡意)의 맹점을 훌륭히 보강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들을 서양화나 작금의 산수 풍경 위주의 한국화와 차별화 되는 문인화의 또 다른 특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낸 서주선 화백의 역작들이라 여길 만 하다

 

 

기다림에 지친 그대에게_72x61cm_순지에 수묵진채

 

 

끝으로 금번 근정 서주선 화백 작품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간(簡)함과 정(靜)함의 추구라 표현하고 싶다. 화여기인(畵如其人)이라 했으니 작품 속에 드러난 작가의 성향을 너끈히 짐작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표현은 간결하되, 형상 뒤에 있는 형상인 사물의 기초 혹은 본성을 표현함으로써 그 화의(畵意)는 깊음이 간(簡)함이라 했으니, 이번 작품을 통해 결코 번지럽고 과장된 몸짓을 싫어하는 서주선 화백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항상 변화하는 세상 만물 가운데 늘 그대로 고요히 머물러 있음이 정(靜)이라 했는데, 세태에 따라 줏대없이 일렁거리는 부평초 같은 세태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작가의 성향을 (畫題를 통해) 능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올해로 주갑(周甲)을 맞이한 네 번째 서주선 화백의 문인화 전시회를 거듭 심축하며, 금번 전시회를 통해 그간의 창작활동의 여정에 커다란 점을 하나 찍고 그 행로를 되돌아보며, 천천히 긴 호흡을 들이키고서 남은 세월 더욱 정진하여 득의의 기쁨을 맛보시길 바란다. 그리하여 사물의 정곡을 통찰하여 굳이 과장된 몸짓으로 꾸미지 않고도 그 본성에 근접하여, 감상자들로 하여금 가슴깊이 전통 예술인 문인화의 묘미와 의취를 느낄 수 있는 근정 서주선 화백 만의 문인화 창작활동을 기대해 본다.

 

 
 

근정 서주선 | Seo joo-sun | 徐注善

 

아호 | 僅丁, 예새, 兜率山人, 茂長人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졸업(논문: 한국 문인화의 현대적 제작방법에 관한 연구)

    

근정 서주선 문인화 개인전 (부스전 포함) 9회 |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전(예술의전당) |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우수상 동 초대작가전(예술의전당) | K.B.S주최 전국휘호대회 우수상 동 초대작가전(예술의전당) | 서예대전(미술문화원주최) 우수상 동 추천작가전(예술의전당) | 전라북도 미술대전 우수상 동 초대작가전(전북예술회관) | 인천광역시 미술대전 초대 추천 작가전(인천시문화회관) | 국제서법 예술연합 한국본부전(세종문화회관) | 현대 문인화의 전망과 모색전(운현궁미술관) | 문인화 정신의 새로운 인식전(공평아트센터)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역임 | 한국미술협회 인천지회 부회장 | 인천 연수구예술인연합회 회장 | 인천문인화협회 회장 | 인천광역시서예가협회 회장 | 인천서화학회 회장 |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심사위원 | 제주미술대전, 경기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 행주서예문인화대전(고양미술협회 주최) 심사위원장 | 경찰문화대전(경찰청 주최) 심사위원 | 호국미술대전(육군본부 주최) 운영위원 | 서예대전(미술문화원주최) 심사위원 | 인천광역시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 한국미술협회 인천지회 문인화분과위원장 |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강사

 

현재 | 한국미술협회 문인화분과 이사 | 한국문인화연구회 회장 | 고금서화연구실 주재

 

E-mail | yese@daum.net

 

SITE | www.gogum.kr

 

 
 

vol.20150520-근정 서주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