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렬 展

 

Emptiness_1200x1200mm_혼합재료_2015

 

 

DGB 갤러리

 

2015. 7. 6(월) ▶ 2015 7. 10(금)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310 | T.053-740-2893

 

 

Emotiness_650x650mm_혼합재료_2015(좌) | Emptiness_650x650mm_혼합재료_2015(우)

 

 

‘비움’은 ‘채움’으로 표현된다

 

개성강한 5인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진미를 선보이는 ‘오미전’ 전시(대백프라자)에서 이창렬 화가를 만났다. 그 역시 지난 연말 개인전 이후 새롭게 시도한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그가 한참 동안 자신의 전시 코너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작품 배치를 바꾸고야 만다. 전시 작품들 간의 유기적인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창렬 화가의 ‘비움’전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자신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서는 만만치 않는 공정과 노동을 가늠할 수 있는데, 실제로 작품에 형상화된 것은 모두 작가가 오랜 시간과 노동을 쏟은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은 경계가 없는 틀 속에 연결된 상자들로 구획된 무한한 공간으로 이어져 있다. 낯설음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회화, 조각 등 기존의 단일한 매체에만 익숙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작품의 내적인 의미를 떠나서, 회화, 조소, 공예,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가 활용되었고, 문풍지를 붙이던 문살과 조형물등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재료가 작품 속에 들어와 있기에 관객은 자신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와 의미를 연상하고 느낄 수 있다. 창작자와 관객들 모두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조합과 의미의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의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Emptiness_650x650mm_혼합재료_2015(좌) | Emptiness_650x650mm_혼합재료_2015(우)

 

 

이렇게 그의 작업은 경계도 한계도 넘어서는 무한의 영역을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 평면작업의 틀을 벗어나고 나니, 모든 매체와 재료가 그의 작업 영역으로 들어왔다.

 

‘비움’ 연작은 작가의 오랜 시간을 이어온 사유와 영감의 결과물이었다. 상자 속에는 어떤 대상도 담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는 상자를 만들고 상자들을 연결하는 틀을 만든다. 틀은 정형적이지 않다. 때론 끊어져 있고, 갑자기 이어지기도 한다. 상자는 공간이 되고 열린 공간은 조형물로 채워지고 닫힌 공간은 색면으로 채운다. 그런데 작품 전체를 관망하면, 얼핏 ‘비움’이 아니라 ‘채움’의 과정처럼 보여진다. 마치 치밀한 설계도를 따라 꽉 채워진 조립물처럼.

 

작가는 ‘채움’을 통해 ‘비움’을 표현해 냈다. 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색감인 빨강과 강한 원색은 상자를 채우고 있는 조형물은 ‘비움의 과정’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매개이다. “비움을 상징할 법한 색이 무엇일까요? 흰색 또는 투명함이겠지요. 가벼움, 차분함 이러한 느낌을 빨강과 원색이라는 열정적이고 무언가 가득차고 들끓는 색으로 대치시켜 ‘비움의 과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일상의 삶이 여유 없이 번잡스럽고 답답하다면, 이미 우리의 삶이 허락한 공간 이상의 것들을 욕심내어 채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득 ‘비움’의 충동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이미 이창렬 작가의 깨달음과도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가볍고, 차분한 그래서 편안한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바람, 그 간절한 바람이 작가의 감성과 노고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 이창렬은 치열하고 치밀한 작가다. 7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돌아온 화가는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작업에 몰두했다. 미술사적 맥락도 미적 가치도 일단 ‘판단 정지’ 상태로 그 자신의 영감과 논리에 충실했다. 매체의 구분도 재료의 구별도 불필요했다. 자신의 구상을 구현하는데 소용이 된다면, 기꺼이 이용되었다. 그의 삶도 그의 작업과 꼭 닮아 있다. 구속됨이 없고, 과하지 않고, 무겁지 않는. 그의 말처럼 “무더운 날 시골길을 걷다가 만난 나무그늘처럼, 편안한” 삶과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Emptiness_2400x1200mm_혼합재료_2014

 

 

 

Emptiness_1060x650mm_혼합재료_2015

 

 

Emptiness_1260x420mm_혼합재료_2014

 

 
 

이창렬 | LEE CHANG RYUL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졸업

 

개인전 | 4회 | 대구은행본점갤러리 (2015) | 대구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2014) | 서울미술관 (2012) | 대구문화예술회관 (1998)

 

아트페어 | 2회 | 서울1999 | 대구2012

 

오미전(5인전)-(대백프라자갤러리 2015) | 오색오감(현대미술조망전)-(대구문화예술회관 2014) | 1992~  단체전 및 그룹전 100여회

        

현재 | 대구미술협회회원 | 대구구상작가회 | 영미회

 

E-mail | artmob@hanmail.net

 

 
 

vol.20150706-이창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