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초대展

 

" 우리들의 초상 "

 

Everlasting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5

 

 

모리스 갤러리

 

2015. 9. 10(목) ▶ 2015. 9. 16(수)

Opening 2015. 9. 10(목) PM 6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 T.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달 시리즈_(100x60cm)x5_Acrylic on canvas_2015

(너는 나의 꿈 | 푸른밤 | 너와 함께 달빛을 | 동백꽃 달밤 | 달빛 물결)

 

 

욕망의 유토피아에 관한 우리들의 초상

- 임성희의 최근작에 대한 고찰

 

"더도, 덜도 아닌 1파운드의 살점. 연골이나, 뼈 없이, 오직 살점만."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중 / 영화 ‘세븐’의 존 도우의 대사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가 감독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세븐(Seven, 1995)’은 성서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1주일간 7명이 연쇄 살인되는 사건을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연출한 스릴러(Thriller) 영화다. 단테(Alighieri Dante)의 ‘신곡’과 쵸서(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7가지 죄악(7 Deadly Sins)인 식탐(Gluttony), 탐욕(Greed), 나태(Sloth), 자만(Pride), 정욕(Lust), 시기(Envy), 분노(Wrath)와 연관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그 죄에 대한 극단적인 심판을 가하는 살인범과 그 죽음의 심판을 막으려는 두 형사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7가지 죄악은 단테의 ‘신곡’과 밀턴(John Milton)의 ‘실락원’’에도 등장하는데, 중세 사람들은 7가지 죄악과 같이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죄마다 이에 대응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믿었다. 탐식은 돼지나 염소, 교만은 박쥐나 공작새, 시기는 여우, 나태는 당나귀에 해당된다. 7대 죄악의 대부분은 인간의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사람과 사회를 복종시키고 물질에 대한 욕구를 충족 시키고자 하는데, 이런 욕구가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욕망은 가지고 태어나지만 사회의 관습과 환경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제어되고 통제되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욕망은 정신적, 육체적, 도덕적으로 행해지고 이는 충동, 희망, 의욕과 같은 형태로 발현된다.

 

현재까지 임성희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로 압축한다면 단연코 ‘욕망’이라 정의할 수 있다. 임성희는 그간 몇 번의 전시에서 돼지라는 탐욕의 상징을 의인화하거나 쇼핑카트를 통해 인간과 사회구조의 온갖 욕망을 재치 있게 때론 유머러스 하게 표현해 왔다. “우리는 흔히 욕망을 극복해야 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욕망’이 아닐까? 욕망의 뿌리는 자아에서 시작되어 끝내는 충족시켜야 할 어떤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상상하지 못할 욕망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욕망을 오롯이 끌어안아보면 어떨까? 꼭 억제와 해소의 반복을 통해 떨쳐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욕망의 주체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변해가기도 하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임성희는 2010년 ‘구겨진 욕망’ 전시의 작가노트에서 욕망에 대한 생각을 기술하면서 욕망은 떨쳐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롯이 끌어안아 보고 싶다’고 사회적 통념과는 반대로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간에게 욕망은 원죄(原罪)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내재된 욕망은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임성희는 이런 인간의 한계를 연민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2008년 ‘금지된 장난’ 전시부터 2013년 ‘유토피아’ 전시까지 임성희는 몇 번의 전시를 통해 일관되게 익살과 해학으로 ‘욕망’을 다양하게 변주(變奏)해 오고 있다. 그러나 임성희가 변주하는 욕망의 끝은 파멸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선언처럼 소망과 희망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서의 갈등을 끌어 안음으로써 유토피아로 승화(昇華)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돼지 시리즈_(45.5x45.5cm)x10_Acrylic on canvas_2015

(Miki pig | Indian boy | Funky pig | 시집가는 날 | 유혹하는 바니

사랑에 빠지다 | Bunny pig | Cat woman | 숲의 요정 | 담배피는 신사)

 

 

우린 삶에서 죽음을 향한다

인간과 동물, 도시, 모든 것은 소설, 허구의 이야기다

리트레가 말한다

애초에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눈을 감아라 죽음은 삶의 이면에 있다

- 루이 페르디낭 셀린느 <밤의 끝으로의 여행> 중

 

다시 영화 이야기를 인용하면,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감독의 영화 ‘그레이트 뷰티(The Great Beauty, 2013)’는 셀린느(Louis-Ferdinand Céline)의 <밤의 끝으로의 여행>을 인용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라고 암시한다. 이 영화는 젭이라는 성공한 남자의 인생이야기다. 젭은 성공한 작가로 인정받지만 쓴 책이라고는 젊었을 때 사랑에 대해 쓴 한 권의 책이 전부이다. 젭은 그 이후로 참된 아름다움을 찾지 못했다며 절필을 선언하고 유명 잡지사에서 인터뷰어(Interviewer)로 활동한다. 로마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살아가던 젭은 65번째 생일파티가 끝나갈 즈음 문득 깨닫는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는 마약과 파티, 그리고 섹스에 찌들어 사는 상류사회의 추악한 모습들 속에 18살, 26살 그리고 65세가 된 젭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만한 아름다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는다. 젭이 찾는 진정한 그레이티 뷰티란 무엇일까? 결국 이 영화는 셀린느가 말한 ‘허구’와 ‘죽음’으로 귀결(歸結)된다. 진정한 감동이 무엇인지 모르는 가짜 예술가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척해야 하는 허구의 삶, 그리고 죽음은 어떤 정해진 절차나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의 이면에 있음을 상기 시킨다.

 

임성희가 이번 모리스갤러리 초대전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화두(話頭)는 ‘죽음’이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작가는 갑작스런 타자의 죽음 앞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고 허망함을 느꼈을 것이다. 임성희가 그간 펼쳐 보였던 욕망을 셀린느 식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우린 욕망에서 죽음을 향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욕망의 죽음은 마치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이 밀려들었다가 포말로 부서지는 성난 파도와도 같다. 결국 욕망은 부질없는 허망함이고 파멸이다. 그러나 임성희는 그 죽음조차도 해악과 익살로 풀어내고 있다. 그 예로 이번 전시를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우리들의 초상(肖像)’ 연작을 분석해 보면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제까지의 어둡고 탁한 색채에서 화사하고 밝게 변했으며 표현은 자유롭고 부드러워졌다. 돼지의 표정은 아주 편안해 보이고 행복한 느낌마저 발산(發散)하고 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고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보여질 표정은 천상병(千祥炳)의 시 ‘귀천(歸天)’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처럼 해맑기 그지 없다. 마치 이 세상에서의 삶에 대해 그 어떤 미련과 집착도 가지지 않는 정신적 자유로움과 현실에 달관(達觀)한 삶의 자세를 표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결국 임성희는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관조적(觀照的)인 태도를 취하기를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임성희는 돼지라는 욕망의 상징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사회구조의 모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진지한 자세로 견지(見地)해 왔다. 자칫 무겁고 진부(陳腐)한 주제일 수도 있는 욕망에 대한 생각들은 임성희 특유의 해학과 유머러스한 화법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대중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성희가 추구해야 할 욕망의 미학은 좀더 깊은 성찰이 기대된다. 단순히 해학과 유머러스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은 자칫 작가가 의도하는 본질을 비켜갈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작가도 그런 성찰의 시간을 충분이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더욱 성숙된 철학적 사고로 한층 심화될 임성희의 작품세계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더욱 만개할 작가 임성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사랑의 숲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5

 

 

시간의 조각_130.3x97cm_Acrylic on canvas_2015

 

 

영원한 불꽃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5

 
 

 

 
 

vol.20150910-임성희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