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시도 - 나비 II_Worm’s eye view - Butterfly II_Pigment print_145.5x100cm_2011

 

 

조선일보미술관

 

2015. 10. 2(금) ▶ 2015. 10. 11(일)

Opening 2015. 10. 2(금) PM 5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33 | T.02-724-6322

 

gallery.chosun.com

 

 

강의 축제 River Festival_Inkjet print + Acrylic on canvas_162x112cm_2009

 

 

새로운 눈으로 보는 세상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 미술계는 한국적 단색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김한국도 그 기류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새로운 세대들이 보여주었던 사실적 표현들을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극사실주의, 다른 한편에서는 리얼리즘 이념으로 무장하고 있을 때 작가는 물감, 얼룩, 번짐과 같이 회화 평면의 상황과 물감의 결과들이 만들어놓은 예술적 자율성(Autonomy of art)에 심취해 있었다. 당시 작품에 대하여 이희영은 “김한국은 평면을 향한 자신의 몸짓과 그것에 저항하는 표면의 생생한 반응에 몰입하는 한편 간헐적 휴식을 반복했다.  몰입의 정지는 광폭하게 분출하는 표현주의의 전통과 그의 칠(painterliness)을 구별되어 보이게 한다. 표현주의식의 칠이 폭발하는 일인칭의 증폭된 호소라면 그의 칠은 완만하고 긴 파장의 독백에 해당된다. 손짓의 “행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물리적 실체와 사색의 기회를 허용하는 멈춤은 이 시기 그의 회화를 특징짓고 또한 여전히 스스로 화가로서의 정체를 확인케 했다.” 고 말한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극단적 논쟁보다는 예술적 본질탐구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사회주변의 상황이 급격히 변하듯이 작품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이후 우리 사회는 고도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첨단 자본주의 사회의 일면을 속속 들어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러한 사회분위기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들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혁명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시각문화의 다양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소비문화의 병폐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혁명 속에 정보의 이용 빈도에 따라 파생되는 빈부격차, 생산의 자동화 장치에 의한 대량실업과 심화되고 있는 경제 불안, 전(全)지구적 차원에서 격화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와 같은 정치, 경제적인 모순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이런 삶의 주변에서 포착한 상황에 대한 인상, 발전의 이면에서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과 부조리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작가의 느낌과 감정을 형상화하는 그림, 사진, 비디오 등 작품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형식으로 실체적인 것들인데,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 내면적인 감정의 진실성을 찾는 것도 작가에게 부여된 하나의 의무처럼 보인다.

 

김한국 작품의 변화는 <앙시도>에서 나타난다. 그의 <앙시도>는 곤충의 눈으로 본 세계를 재현한 것이다. 물론 곤충의 시각은 작가의 추측에 의해 재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상당 부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디지털 사진기, 특수촬영이 가능한 ‘열 감시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다른 면(The Other Side)을 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육각형의 수많은 낱눈들이 모인 곤충의 겹눈(compound eye)은 명암의 변화로 사물의 움직임을 인식한다고 한다. 작가가 겹눈의 시선으로 광학적 해석을 시도하고 세상을 표현하려한 작업은 디지털 시대의 계수부호(calculationsign)와 유사하다. 즉 반복된 동일한 이미지들의 미세한 차이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은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 이미지 작업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는 곧 <만다라>를 주제로 한 <앙시도(worm’s eye view)>에서 반복과 변화의 다양성을 한 화면에 제시하는 기술이다. 이는 디지털 사진을 사용하는 테크닉에서 흔한 것이지만 작가의 <앙시도>와 관련이 되어 예술적으로 해석이 가능 해진다.

 

 

앙시도 - 만다라 Worm’s eye view - Mandala_Pigment print_130.3x130.3cm_2010

 

 

인간과 세계 사이를 이성적으로 헤아리는 기초로서 수학의 발전은 세상을 단순하게 분석하여 보는 방법을 알게 했다. 수학적인 프로그래밍의 산물인 디지털 이미지는 인간의 감각적인 세계관을 해체시키면서 세상은 분석처리, 복제, 변형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는 물리적인 공간 속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변형과 재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미지는 대량생산 할 수 있게 단순해지고 무한한 소비가 가능한 볼거리(spectacle))가 된다.

 

현대인은 아침에 눈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영상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광고 전광판, 스마트폰 영상들은 모두가 사진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객관성과 사실성은 거짓이 개입하지 않는 이미지의 기계적 복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체와 동일성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김한국도 카메라를 사용하여 이러한 매체에서 무작위하게 사용되는 시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시작된 카메라의 원리는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과 동일한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진에 외곡이 약간 있더라도 객관적 증거자료나 사실성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은 실제와 동일시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의 눈과 구조가 다른 곤충의 눈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보고 사물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는 사진으로부터 파생된 가상이다. 사진의 출현이 인류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듯이 디지털 이미지도 하급수적(exponential rate)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영상을 계속 재생산한다. 그 재생된 이미지는 단순히 기계적 발명을 넘어서 현대 소비사회의 구조를 바꿔 놓은 배경이 되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말하는 것처럼 이미지의 복제가 우리의 시선을 세상의 볼거리에 관심을 갖게 해준 것이다. 사진에 의한 볼거리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은 수동적이고 사회생활을 기피하고 스스로 소외된 삶을 찾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외, 수동성, 질서에 대한 무관심, 참여하지 않는 태도가 낳은 병폐들, 즉 과장된 선전이나 허위, 자기과시 등은 독주하는 영상이미지(Video Image) 사회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영상이미지는 실제를 접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가상세계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앙시도는 곤충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우리의 신체기관 중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감각기관에서 눈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일상적 동물들은 대부분이 눈을 통해 인식하고 보조적으로 소리를 통해 현상을 나름대로 자세하게 이해해가며 살아간다. 본다는 것은 나의 외부 세계와 직접적인 부딪침이고 그로부터 얻는 정보 수집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명체, 특히 동물들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의 정보를 얻고 그것에 대한 대처를 위해 감각기관을 발달시켰다. 그중에서 가장 첨단의 감각기관이 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포유류에서 진화한 사람에게서 눈의 역할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그 정보를 소리와 함께 결합하여 또 다시 다양한 정보를 재생산하고 즐기고 있다. 이러한 눈에서 얻은 결과를 <앙시도>에서 계속 반복되는 작은 이미지의 배열로 표현하면서 현대사회에서 대량으로 복제된 사물들을 연상하게 한다. <앙시도>는 사진처럼 사물들과 우연하게 만난 빛의 수집과 재현 이미지가 아니라 의도된 도상적 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은 눈에 반사된 명암의 흔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빛의 자국으로 나타난 이미지는 흐릿하지만 각각의 각도에 따라 변화된 그림자의 모습이다. 그것은 작가의 시선과 행위로 산출된 이미지와 지시대상의 인접성으로 작은 눈에 반사된 그림자 자국으로 물리적 연결되어 하나의 형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앙시도>에서 나비의 작은 이미지를 조합하여 나타나는 사람의 얼굴과, <만다라>같이 재구성된 이미지의 배열에서 전체와의 관계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작은 입자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앙시도>의 동일성(sameness)은 바라보는 사람의 집중적인 시선에 의해서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각각 입자들의 익명성과 작은 변화가 모여지는 전체는 긍정적 힘과 반동적 힘의얽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천왕 조상(彫像, Fourguardian statues)과 벽사(僻邪, bixie)는 불교적 교리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과 같다. 사찰 입구에서 접하게 되는 사천왕상은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잡귀의 접근을 막고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기원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그 눈의 형상은 과거 간다라 양식으로부터 전해 오지만 디지털 시대의 상황에 대한 경고처럼 보인다. 말로 선동하기 보다는 커다란 눈에 담겨있는 비루한 자들에게 경고하는 눈이다.

 

 

앙시도 에스키스 Digital Esquisse - Worm’s Eye View(Thermal Cam Image)_2014

 

 

작가는 자신이 사용하던 팔레트를 과학적 기구처럼 장치하고 상자 위, 좌우, 앞에 동영상을 펼쳐서 우리시대를 읽는다. 단편적으로 편집된 곤충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들은 기계적 설치와 결합하여 사회, 역사, 정치적인 문제를 상기시키는 기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영상 속에 곤충들의 모습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결합되어 복잡한 의미를 만들어내는데, 현대의 삶은 곤충들보다도 초라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으로 암시되고, 동시에 극단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사회적 초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시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열 감지(thermal camera) 카메라에 녹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시선과 다른 모습으로 익명화 되어 나타난다.

 

작품 주제의 통일성은 제작의 기본 원리이고 작가의 고유한 본성, 개인적 독특함이 드러나면서 예술적 가치가 형성된다.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김한국의 작품에서 통일성은 사람들과 다른 시선으로 압축 된다. 곤충의 눈처럼 작은 입자로 바라보는 세상은 흐릿한 그림자들의 부분으로 피상적인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열 감지 카메라의 영상도 우리에게 익숙한 보통의 시각과 다른 것이다.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림 안에 배치된 작가의 사유를 이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관람객은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 벗어나 작가의 의도 안으로 들어가는 일, 작가가 생각하는 세계로 투입하고 작품의 구성과 전개 과정의 읽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읽기를 통해서만 작가와의 동일화, 작가의 개별성 (inner real character), 작품 제작의 궁극 목적과 공유가 가능해질 수 있다. <만다라>에서처럼 인간 세계를 물질적 세계관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한국의 작품은 광학적 시각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사회가치의 해체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상적 설계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진리의 추구라기 보다는 새로운 의미 형성을 위해 다른 종류의 감각 기관을 체험하는 것 같다. 곤충의 눈을 등장시키면서 현실의 모습을 지워버리려 한 영상작업은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작가의 팔레트(palette) 안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김한국은 디지털 사진과 회화의 기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보는 시각’에 의해 ‘사회의 진실’의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본다는 것은 눈에 의한 외부 현실의 지각 이전에 몸의 현상으로서 사회적 심리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세계와 만나는 근본적인 시각으로서 사람들이 만드는 사건의 본질로 들어가는 행위이다. 삶의 소멸과 인간소외, 주체의 분열 그리고 이런 분열로 인한 다의성 혹은 의미의 고갈은 현대사회의 병리학적 징후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말에서처럼 본다는 것은 - 화가는 세계를 보는 사람이며 무엇인가 보이게끔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보는 시선은 정상적일까? 이 답은 <앙시도- 만다라>로 승화된다.

 

조광석 미술평론가

 

 

사천왕 - 서 The Four Devas - West_Acrylic on canvas_194.0x130.3cm_2015

 

 

앙시도(仰視図) 작업노트. 2010 봄

 

앙시도(仰視図) 작업노트앙시도(仰視図) 작업노트김한국

 

앙시도란 벌레 또는 곤충의 눈으로 보는

사물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서

어느날 공항 출입국 사무소에 설치된

열감지모니터를 보고 신기함을 느낀다.

우연히 조감도의 반대말로써 仰視圖(또는 蟲瞰圖라고도함)를

접함과 동시에 조감도의 시각과는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여러종류의 열감지화상을 접하고 곤충의 시각구조와 결합하여

인간과 곤충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곤충의 눈이 훨씬 정교하고 예민함을 알고나서

객관보다는 주관의 세계로,

중앙화 되지않은 세계,

세부와 집중의 세계,

생존을 위한 통신,

그리고 지금 여기,

지금 현재에

몰입한다.

 

 

사천왕 - 북 The Four Devas - North_Acrylic on canvas_194.0x130.3cm_2015

 

 

Artist Note : A Worm’s Eye View. Spring 2010

 

앙시도(仰視図) 작업노트앙시도(仰視図) 작업노트Kim Han Kook

 

A worm’s eye-view refers to a view of an object from below,

as though the observer were a worm. Mesmerized by images produced by

a thermal imaging monitor at an airport security check-point one day,

I came to develop a yearning for representation of this world viewed from very close range,

i.e from a worm’s eye view, completely different from one that’s seen from an aerial viewpoint.

Experiencing endless thermal images while trying hard to seem them from

a worm’s eye view, I came to see, at a certain point, no difference between

being a human and being an insect.

Rather, having realized how sensitive and sophisticated their views are,

now I try to see the world,

no longer just from an objective point of view,

but from a subjective view point,

focusing on a decentralized world,

taking on a more granular perspective on focused areas,

with communications for survival,

and immerse myself

in the here,

and now.

 

 
 

김한국 | Kim Hankook | 金漢國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15회 (박영덕 화랑, 포스코갤러리, 예술의 전당 외)

 

현대미술초대전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 움직이는 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 | 제16회 에꼴 드 서울 ( 관훈미술관, 서울 ) | 아세아 현대미술전 ( 東京都美術館, 上野의 森美術館, 동경, 일본 ) | 한국현대판화40년전 ( 국립현대미술관 ) | 제7회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 다카, 방글라데데시 ) | 동방으로부터의 제안전 ( Casal Sollelic, 팔마, 스페인 ) | 한 시대의 연금술 엿보기 (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 | 제10회 인도 트리엔날 ( Lalit Kala Akademi, 뉴델리, 인도 ) | 서울현대미술 로마전 ( Casa dell'architettura Roma ) | 역사와 의식, 독도진경전 ( 서울 옥션 스페이스, 서울 ) | 서울오픈아트페어 ( 코엑스, 서울 ) | 아트바이제네바 국제아트페어 ( 제네바, 스위스 ) | 핫 아트 바젤 국제아트페어 ( 바젤, 스위스) | 스코프 아트쇼 국제아트페어 ( 뉴욕, 미국 ) | 아트시카고 국제아트페어 (시카고, 미국) | 스코프바젤 국제아트페어 (바젤, 스위스) | 2012서울모던아트쇼 ( aT센타, 서울) | 외 다수 단체전

 

현재 | 강릉원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E-mail | 2532kim@naver.com

 

SITE | https://blog.naver.com/2532kim

 

 
 

vol.20151002-김한국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