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곤 展

 

2015 부천미술 - 올해의 작가

 

" 자연, 생명의 영원성 "

 

생명-향연Ⅰ_90.0x90.0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부천시청아트센터

 

2015. 10. 30(금) ▶ 2015. 11. 4(수)

Opening 2015. 10. 30(금) PM 6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210 | T.032-320-3000

 

 

생명-순환Ⅰ_53.3x45.7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졸박한 아날로그적 가치와 그 현대성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과 다원화에 있다. 특정한 사상이나 이즘에 함몰되지 않고 다양한 개성들이 무제한적으로 발산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현실은 마치 백화제방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에 없던 것으로 이는 디지털이라는 문명 상황에서 야기된 새로운 문화 환경이다. 20세기까지의 문명 발전이 물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21세기는 개념을 통해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었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현상들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산물로 과거 독점적이고 권위적이며 수직적 구조로 이루어졌던 문화 발전의 양태가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상호의존적인 형태로 전개되는 새로운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물리적 공간의 거리는 해체되었으며, 과거 우수한 물질을 지닌 선진국에 의해 제시되던 보편성을 대신하여 차별성, 지역성과 같은 특수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가 고정곤의 작업은 수묵을 지지체로 삼고 있으며, 그가 추구하는 일련의 실험들은 이른바 현대한국화의 그것과 잇닿아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이러한 기존의 구분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과 시공이라는 보다 확장된 시각을 통해 조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특질이 바로 우리미술이 내재하고 있는 특수성과 일정 부분 연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매우 오랜 역사적 발전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수묵의 발전 과정 자체는 변혁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조형가치의 창출이었으며, 그 과정이 바로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가 수묵을 조형의 근간으로 삼은 것은 당연히 전통으로부터의 영향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의 수묵은 필묵에 의한 조형이라는 고전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독특한 질감과 요철을 지닌 바탕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바탕 질의 구축에 일정한 시간에 걸쳐 진행한 집요한 실험과 모색의 결과 비로소 오늘의 안정된 얼개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토분과 한지를 이용한 반복적인 작업 과정은 통해 비로소 이루어지는 그의 바탕 질은 특유의 질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부단한 시간과 수공의 노력이 집적되어 작가의 조형의지를 표출하지만 단순히 기능적이고 기교적인 작위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무작위적이고 자연적인 것으로 환치함으로써 아날로그적인 질박한 감성과 안온한 수공의 체취를 짙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바탕 질은 단순히 그의 조형을 지지하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록 다양한 이미지들이 차용되어 화면을 견인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바탕 질이 오히려 조형 전반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것은 여백의 허(虛)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가 실(實)로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있어서 이는 바로 형식이자 내용을 이루고 있는 요체인 셈이다.  

 

 

 

향연Ⅱ_73.0x61.0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재료에 대한 실험을 통해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는 현대한국화의 지향성과 일정 부분 연계됨이 여실하다. 화면에 드러나는 산의 형상이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름 같은 비정형의 이미지들은 공간을 구획하며 작가의 사유를 수렴해낸다. 그것은 치밀한 바탕 질을 통해 매우 고졸할 뿐 아니라 질박한 수공의 아름다움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정한 형식이나 내용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전반에 걸쳐 넘쳐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표현은 생명, 혹은 생명 현상에 대한 그의 사유를 대변하고 있다. 산을 통해 영원을 사색하고, 허정(虛靜)한 경계를 통해 가늠하기 힘든 아득한 시간의 전설들을 기록한다. 그가 천착하는 것은 현상을 통해 본질을 궁구하는 것이며, 결국 이는 자신이 구축한 독특한 질감과 표정을 지닌 바탕을 통해 그윽한 깊이로 표출되고 있다. 시간에 대한 성찰과 생명에 대한 사유는 결국 시작과 끝으로 표현되는 서구의 직선적 시간관이 아닌 반복과 순환을 전제로 한 동양의 시간관과 연결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는 모든 만물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상호 연계를 통해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동양적 자연관의 해석으로 가늠된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현대미술이 다양성과 다원화를 통해 특수성과 차별성을 존중하고 있다면, 우리는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 심미의 본질에 보다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질박한 자연미를 전제로 한 독특한 수공의 아름다움, 그리고 함축과 절제를 통한 균형미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미술의 특수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물질문명의 절정인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적 가치는 예술에 의해 보존되고 담보될 것이라 할 때, 작가가 화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재료 실험의 제한적 의미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진중한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한국화, 혹은 재료실험을 통한 모색의 차원이 아닌 보다 확장된 시공 관과 보다 내밀한 우리미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읽혀질 때 비로소 그 성취에 걸 맞는 온전한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생명-순환Ⅲ_73.0x61.0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자연, 생명의 영원성”

 

지난여름 어느 날 내 삶의 흔적들이 사라졌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

그 안에 깃든 수많은 장면들

산과 나무와 수풀, 돌과 물, 구름과 바람의 자취들……

나를 이루어온 관계와

모든 의미 있는 기억들을 의지와 무관하게 결별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찰나였고, 그래서 더욱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흔적들은 그렇게 사라짐으로써 아픔을 주는 대신 더 많은 생각들을 낳는다. 그것이 스스로 삶의 열망을 싹 틔우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근원이리라. 삶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는 지점도 그 어디쯤이 아닐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만물, 그들이 가진 생명의 영원성에 대한 내 안의 열망과 사유도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형상화하는 작업이 갖는 의미도 거기에 있다고 하겠다.

 

2015. 10. 작업노트 중

 

 

순환-영원_70.0x70.0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순환-향연_90.0x90.0cm_한지에 수묵채색, 혼합재료_2015

 

 
 

고정곤 | Go jeong gon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및 교육대학원 졸 |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 졸(미술학 박사)

 

개인전 | 5회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200여회

 

2015 부천미술 올해의 작가 선정

 

충남미술대전 | 경인미술대전 | 경향미술대전 | 인천광역시미술대전 등 운영위원

 

나혜석미술대전 |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 인천광역시미술대전 | 경기미술대전 | 겸재진경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역임

 

현재 | 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 충남한국화협회 | 부천미협 | 동상이몽 회원 | 경기도중등미술과교육연구회 지도위원 | 경기도부천교육지원청 장학사

 

E-mail | gojgon@hanmail.net

 

Blog | https://blog.daum.net/gojgon

 

 
 

vol.20151030-고정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