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회화의 발언전

 

" 회화의 몸으로부터 "

 

 

 

 

2015. 11. 18(수) ▶ 2015. 11. 25(수)

Opening 2015. 11. 19(목) PM 6:30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548 2층 | T.042-488-2579

 

 

최성호作_어느푸른풍경_60.6×72.7cm_oil on canvas_2015

 

 

회화의 발언, 회화의 껍질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

 

전시디렉터 유현주

 

쿠오바디스, Quo Vadis Pictura

이 시대, 회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늘날 캔버스와 물감이라고 하는 전통적 개념의 회화가 존립할 수 있을까? 실제로, 물질적 기반의 페인팅 개념을 초월해 다른 장르와의 결합 혹은 혼종을 시도하면서, 동시대 회화는 텍스트로, 영상으로, 자연으로, 삶으로, 틀 없는 틀을 가진 세상의 모든 캔버스로 ‘사각의 모서리’를 확대해왔다. 이는 어떤 면에서 회화 역시 차츰 비물질화된 표현과 매체로 영토를 넓혀온 미술사와 발을 맞추려는 듯 자신의 프레임을 넓혀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회화가 그렇게 프레임을 키워오는 동안, 《회화의 발언》 그룹은 묵묵히 하나의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은 집요하리만치 오랜 세월 붓과 물감을 반복적으로 집어 들고 캔버스만을 고집해온 작가들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회화의 발언》 작가들에겐 ‘회화적 신체’가 발화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대한 것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색과 형태 및 선에 대한 회화 본래의 감각적 언어들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겠다.

 

 

한수희作_Dotism1507-space of private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5

 

 

그림의 본질, Ergon

그림은 액자 안에 있다. 액자 속 《회화의 발언》 작업들은 대체로, 풍경, 일상, 자연 혹은 사회현실의 맥락에서 본 인간과 자아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다. 강민구의 <백운산 계곡_73cm x 60.6cm_oil on canvas_2015 >과 최성호의 <어느 푸른 풍경_ 60.6×72.7cm_oil on canvas_2015>, 김상진의 <구겨진 사막_ 90.5 x 90.5 cm_acrylic on canvas_2015>, 강현욱의 <기차_72.7cm x 60.6cm_아크릴_2015>, 한수희의 <Dotism1507-space of private_ 116.8 x  91cm_Acrylic on canvas_2015>은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이나 관념화된 공간을 모티브로 한다. 이들에게서 공통된 특징은 풍경을 단지 응시나 관조의 대상이라기보다,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담는 공간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오늘날 영상이나 사진 혹은 디지털화된 ‘풍경’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있는데, 예컨대 반복적으로 점을 찍어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거나(한수희), 추상과 사진 혹은 영상에 가까운 감각을 혼융한 그림(최성호)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을 더 밀고 나가면 오늘날 동시대의 트렌드중 하나인 ‘개념적 회화’가 탄생될 수 있다. 즉 그것은 ‘회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작업으로, 실제로 그림이 생성되어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개념미술’의 방식이다.  

 

 

김려향作_Bulb_91.0x65.5cm_acrylic on silk_2015

 

 

일상의 오브제를 다룬 작품들 중에는 평범한 사물을 팝아트적이거나 민화적양식으로 차용한 그림들이 보인다. 천정민의 <수세미_ 40x40cm_mixed media_2015>, 김려향의 <Bulb_ 91.0×65.5cm_acrylic on silk_2015>, 박병현의 <휴식 시리즈_ 24.3x24.3cm , 33.4x24.3cm x 2_acrylic on canvas, 2015>, 김대호의 <자동차_162x97cm_oil. acrylic on canvas_2015>, 한힘찬의 <Mr. Lamborghini_72.7x116.8cm_oil on canvas_2015> 그리고 류정선의 <흔한 일상의 알레고리_72x116.5cm_pen, oil, on canvas_2015>가 그것이다. 이들은 광고나 포스터에 등장하는 장식적, 찰나적 이미지에 내면의 불안이나 미묘한 감정 등의 정서를 담아내려 한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일상의 물건이 팝아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낯설게 만들기’ 효과를 준다거나 물신주의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접근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상을 주제화하는 방법은 대체로 지나치게 진부하고 단조로운 방식을 취하는 편이지만, 예컨대 전구(김려향)와 같이 한 사물을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회화적 기술과 효과적으로 결합된 재료는 심미적으로 시적인 울림을 주기도 한다.  

 

 

박병현作_휴식 시리즈_24.3x24.3cm, 33.4x24.3cmx2_acrylic on canvas_2015

 

 

자연이나 사물 등을 모티프로 삼아 자아의 심리적 상태를 매개하는 작업으로는 송창만의 <Wind Flower_ 60x90cm_Aquatint, Line etching, Deep etching_ 2015>, 김상미의 <Soundlessly_ 72.7x72.7cm_ Oil on canvas_2015>, 윤양숙의 <Figures Play_116.8x91cm_Mixed media_2015>를 들 수 있다. 또한 특정한 형태를 주제화하거나 패턴으로 삼음으로써 회화성 자체를 부각시키는 한수희의 <Dotism>, 홍현지의 <little car_ 72.8x60.6cm_ Acrylic on canvas_ 2015>, 박수경의 <검은 고양이_30x30cm_Pen on paper, printing paper, gemstone_2015>, 이월숙의 <꽃이렵니다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15>, 송유승의 <어른 취미_73.5 x 57.5 cm_pen on paper_2014>에서 나타난다. 이들의 그림은 일견 재현이나 모방의 범주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노래하고자 하는 언어를 위해 세계를 재구성하거나 해체하는 알레고리에 가깝다. 작가의 사유가 충분히 익지 않으면 그러한 언어는 한갓 형상의 유희에 지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세계에 대한 자신의 은밀한 언어를 잘 녹여낸다면, 예컨대 검은 잉크의 꽃(송창만) 혹은 하얀 꽃비(윤양숙)와 같이, 화면의 모든 꽃들은 자아의 내면에 뿌리를 둔 슬픔, 번뇌, 고통 혹은 기쁨의 언어가 되어 캔버스란 신체 위에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윤양숙作_Figures play_116.8x91cm_Mixed media_2015

 

 

그림의 바깥, Paregon-Mundus

 

그림의 액자 바깥은 세상이다. 회화는 세상과 어떻게 만나는가?

이만우의 <나는 없다_112.0 x 194.0cm_ oil on canvas_ 2015> 와 백점예의 <Union-Love_ 50x27_ 13.6x7.6_ 10x6.2_ mixed media_Installation_2015> 그리고 김동유의 <세계인_162.3 X 130.3cm_acrylic on canvas_2015> 은 무의식을 의식으로 가져오듯이, 회화의 공간을 사회의 공간과 연결시킨다. 즉 이 작품들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본질인 ‘공동체’ 혹은 ‘관계’를 주목하게 한다. 이들의 작품만이 아니라, 예술은 근본적으로 자아와 대중, 혹은 세계와 나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고흐의 <구두>그림이 농부 아낙의 삶을 보여준다고 말한 하이데거의 해석처럼, 그림은 프레임의 바깥으로, 회화의 껍질을 뚫고 자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지길 바란다. 한편 백점예의 작업은 자신의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설치’의 언어로 풀어낸다.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가까이 가기 위해, 작가는 전통적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형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앞으로 《회화의 발언》이 더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 거쳐 갈 하나의 필연적 단계일지도 모른다.

 

 

이만우作_나는 없다_112.0x194.0cm_oil on canvas_2015

 

 

동굴벽화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여정 속에서 늘 회화는 자신이 기반으로 했던 몸을 거듭 확인해 왔다. 그러나 회화는 지금 다른 어느 때보다도 어떤 양식이나 범주에 묶어둘 수 없는 자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점에서 회화 매체 자체에 집중된 이 전시는 회화 자신의 확인임과 동시에 회화의 다성적 목소리를 취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자 하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회화의 발언》은 회화의 몸으로부터 더 깊고 다양한 목소리를 울리고자 하며 나아가 우리 시대의 정신을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멋진 항해를 하고자 한다.

 

 

백점예作_Union-Love_50x27_13.6x7.6_10x6.2_mixed media_Installation_2015

 

 

김동유作_세계인_162.3x130.3cm_acrylic on canvas_2015

 
 

 

 
 

vol.20151118-13회 회화의 발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