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복행 展

 

" ULTRAMARINE "

 

ULTRAMARINE20150917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SUNKWANG ART MUSEUM(SUNKWANG CULTURAL FOUNDATION)

 

2015. 12. 1(화) ▶ 2015. 12. 14(월)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15번길(중앙동4가 2-26) | T.032-773-1177

 

후원 | 인천문화재단

 

 

ULTRAMARINE20151017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예민한 감성적 자아와 그 고독한 사물들

 

 작가에게 있어서 ‘자아(Ego)’라는 존재는 때로, 거추장스럽고 몹시 곤혹스러운 존재이지만 작업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필요불가결의 존재다. 작가야말로 개성과 성격이 뚜렷하여 작품에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쳐야 할 존재고 그 창조성이야말로 작가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자아’의 깊고 넓은 정신적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아’가 풍부하지 않은 작가는 애초 창조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상, ‘자아’라는 것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되살피고 스스로의 존재를 꾸준히 검증하고 반성하여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자신의 내․외면에 있어서 하나의 감시자 내지 협조자와 같은 존재로서 자신의 내․외면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체이기도 하다.

 작가 이복행은 이러한 측면에서 당연히 주목되어야만 할 독자성 강한 작가다. 오랫동안 꾸준히 자신의 일상적 심리의 이면을 그림이나 오브제를 통해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담대하게 표현해 왔던 이른바 ‘성깔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늘 이미지의 앞뒤에 알 수 없는 내면의 그림자가 뒤따르며 그것마저도 수상스럽고 강렬한 사색의 흔적을 남기는 그러한 이미지들이다. 늘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정서와 동시에 아련한 향수, 그리고 애틋한 인간애가 이미지의 근저에 복합적으로 깃들며, 마침내는 보는 자의 내면 어딘가를 깊숙이 공명시켜 가슴속에 단단히 붙박아 두는 그러한 성질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초기의 회화적 표현성을 초월하여 사물의 외형적 현실을 특정한 과정을 통해 탈화시키는 일련의 설치작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윤곽의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이미지들은 우리들의 인지작용에 있어서 사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중립적인 지점(場:Field)을 설정해 두는데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물의 이미지조차 작가의 내면과 직접으로 소통시키려는 감정이입의 구체적인 의지이고 노력일 따름이다. 거기에는 언제나 자아의 이중적 구조를 사물의 이미지의 설정방식에 있어서의 이중성 내지 복합성과 일치시키려는 동조화(同調化)의 과정이 개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근자에 들어 특히 일상에서 홀대받고 버려진, ‘쓸모를 잃은’ 사물들을 그 나름의 일정한 조건 안에 가두어 ‘박제화’ 시키는 흥미롭기 짝이 없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작업들은 그의 내면의 ‘자아’의 성향과 구조를 더욱 뚜렷하게 살펴 볼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언제나 일종의 자기연민과 같은 예민한 감성에 빠져 있는 그가 버림받은 사물을 보고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말 그대로 ‘순간적으로 얼어붙고 정지된’ 작가 자신의 공시적으로 초월된 시선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라 하겠고 이 필연성이 작업의 독특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상에서 소외된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의 눈길이 사물에 투사되어 일련의 ‘자기동일’의 표현으로 굳어져 가는 것을 강하게 읽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울한 감정은 물론이지만 덧없고 쓸쓸하며 무정한 기분의 모든 것들이 기묘하게 얽힌, 순수한 동시에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교란된 감성의 기복과 그 농축된 이미지의 구축이 겹쳐있다.

 그가 동경(銅鏡)을 통해서 다양한 얼굴들을 그려내는 작업 속에서도 이러한 복합적 차원의 감성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으며 어떻게 그 많고 무수한 색색의 차별적인 얼굴들이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창백한 기분의 것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 놀랄 지경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작가 나름의 조형적 혹은 형식상의 절제가 작동한 결과라 결코 단순한 감정의 표현만으로 치닫고 전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답답할 만큼 모호하고 애매한 이미지의 전후에 아슬아슬하게 감정이 표현되는 예리함이 거기에 항상 공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근자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이러한 모순적 감성이 작업 전체를 지배한 끝에 그가 재생해 내는 모든 이미지는 밑도 끝도 없는 수상스러운 부유물로 유출된 채, 하나의 또 다른 조형적 질서 아래 병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면으로 향해진 작가의 고독한 영혼과 그 고독에서조차 모순적으로 얽혀진 고독의 실존적인 모습이 하나의 ‘실존상(實存像)’의 거울로서 발현된 결과라 생각되는 까닭에 그저 애처롭고 숭고하기 짝이 없다. 울트라마린의 깊은 무정함이 무언의 발언으로 메아리치게 하는 작업의 이미지가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아련히 꽂힌다.

 

                          윤우학(미술평론가)

 

 

ULTRAMARINE20151026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ULTRAMARINE20151101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ULTRAMARINE20151105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ULTRAMARINE20151110_16x27.5cm_acrylic on canvas_2015

 

 
 

복행 | LEE, BOK-HAENG

 

E-mail | haeng004@naver.com

 

 
 

vol.20151201-이복행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