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展

 

" 공간의 역설 The Paradox of Space "

 

 

 

갤러리 분도

 

2016. 5. 23(월) ▶ 2016. 6. 18(토)

Opening 2016. 5. 23(월) PM 6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 36-15(대봉동 40-62) | T.053-426-5615

 

www.bundoart.com

 

 

 

1층 전시 뷰

 

 

계획을 위한 계획

 모든 글이나 기호는 수정 가능성의 원칙을 품고 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나 잘 그린 그림이라도, 작가가 욕심을 부리면 그것은 끝없이 지워지고 덧붙여질 수 있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을 예로 든 제논(Zenon)의 역설처럼, 작가가 자신의 텍스트를 한없이 다듬어 고치더라도 비록 그 작품이 완벽에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완벽한 상태 그 자체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만약 어느 하나가 궁극적으로 완벽하다고 치자. 하지만 이 완벽함은 어디까지나 딱 이곳, 이때 유효할 뿐이지 시공간의 초월하며 만고불변의 우월함을 누릴 수는 없다. 책이나 신문처럼 찍혀서 나온 글도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단 인쇄되어 나온 글은 의심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경전의 사례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 번 고정된 글에 신성한 권위가 서린다는 점은 40여 년 전에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일치감치 비판한 적이 있다(당연히, 그 글들 또한 지금은 진리에서 벗어나 완벽하지 못하지만).

 책이 언제라도 수정될 당위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상태는 현대미술가 김병주의 작품에도 보인다. 선들이 복잡하게 이어져 건축물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투시 도면을 닮았다. 그래서 그가 만든 부조 혹은 환조 작업은 앞으로 지어지거나, 아니면 이미 있는 건물을 뜯어 고칠 실현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삼차원을 준거한 입체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건축 투시도를 닮은 데다 그것들 중 상당수가 벽에 설치되는 부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작업에 관한 인식을 평면 회화와 조각의 중간 그 어디쯤으로 분류한다. 미술계는 그의 작업 형태를 ‘건축 조각’ 혹은 ‘공간 드로잉 조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도 뭔가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뚜렷한 게 없다.

 그 대신에, 나는 단지 한 명의 관찰자로 작품을 둘러싼 몇 가지 흥미로움을 눈여겨본다. 그의 조각은 어딘가에 있을 법한 건축물의 라인만을 떼어내어 가시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은 일견 합리적이고 정교해 보이지만, 막상 이 기호가 가리키는 대로 현실 속에서 건물을 세우면 어떻게 될까? 내 생각에, 작가 김병주는 우리에게 일종의 트릭을 던진다. 그는 역사에서 이어져 온 예술과 기술 간의 긴장관계를 작품에 담는다. 그런 긴장(아니면 양자 간 독립, 통합, 대결, 동조, 뭐라도 좋다)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건축이 예시가 되었다. 서양에서 르네상스 이전부터 생산성을 인정받은 예술 장르는 문학(시)과 건축이었다. 반면에 회화나 조각은 자연을 단순히 모사한다는 이유로 낮은 대접을 받았다. 미술가들은 이 가운데 건축에 대하여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구상으로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는 미술과 달리 단계가 분절되어 단순 기능에 의지하는 건축의 시각적 의미를 애써 한정시켜 바라보고자 했다. 그런데 여기 김병주의 작품은 건축에서 제한된 하나의 과정을 자기 미술의 거의 대부분으로 채웠다. 어쩌면 이는 역설이다. 그의 작품은 미적 시선의 예리함과 손놀림의 정밀함 자체를 모사했지, 현존하는 대상을 모사한 게 아니다. 동시대 미술 안에서 이와 같은 속임수로 이루어지는 가상의 현현은 빈번하다.

 

 

familiar scene 04_55x72x215cm_ 철, 분채도장, 거울_2016

 

 

 비평가들을 포함한 관객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속아 넘어간다. 뭔가 하니까, 지금까지 김병주의 작업을 해석하고 기술한 평론이 작가가 그럴듯하게 고정해놓은 재현의 정교함이란 덫에 걸려서 비평문 또한 굉장히 분석적이고 합목적적인 투로 써진 경우가 많았다. 꿈보다 해석이다. 난 그 글들이 재미있다. 예컨대 이런 게 있잖나. 물리학자가 이 세계의 시공간을 강의실 칠판에 길고 복잡한 수식으로 전개하는 영화 장면이 있다. 이는 그 자체가 고유한 미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라는 허구 속에서 진리를 찾는 시늉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아름다움은 키치에 가깝다. 평론가들은 칠판 위 수학 공식이나 건물 투시도가 품은 허구적 논리를 따라가지 말고, 작가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좋다. 김병주가 지닌 미술시장에서의 힘을 확인하려고 준비된 이 전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획자들이 가령 ‘미술과 건축의 융합’ 같은 안이한 말장난으로 작가를 끌어들이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작가가 축조 해놓은 또 다른 세계의 원리를 꼽자면, 그것은 면의 생략이다. 이 말은 오로지 선을 살린다는 식으로 말해도 되겠다. 한 가지 색으로 바탕을 이룬 아크릴 평면 위에 금속으로 만든 선을 조립한 구성체는 착시와 연상 원리로부터 공간감을 얻는다. 우리 인지 체계가 덜 완성된 대상을 자기 경험으로 보충해서 온전한 이미지를 상상하게끔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생략의 힘은 크다. 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빼면, 그건 하나의 결핍에 그치지 않고 훨씬 많은 것들을 자유롭게 불러들인다. 여기에 우레탄 도장으로 마무리된 갖가지 색의 실험은 그 빛의 뒤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경쾌한 외양으로 배치한다.

 흰 색의 공간 안에 놓인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원색과 돌출된 면 때문에 아주 분명한 기호로 도시 공간의 일부를 떼어 온 척한다. 그렇게 확정된 공간 점유는 이 시대에서조차도 예술이 기술을 종속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나는 김병주의 작품 하나하나가 그 속에서 실현하는 건물을 얼마만큼 정확히 완성했는지 따지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 난 작품이 비현실적이고 다르게, 혹은 틀리게 완성된 부분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딱 그만큼이 예술의 자율성이다. 다른 제도의 간섭이나 종속을 거부하는 분산(variance)의 정도야말로 예술이 세계에 맞서는 형식이다. 보통 그런 싸움은 겉보기에 아주 혼란스럽게 다가서지만, 김병주가 벌여가는 전략은 공간의 질서를 따라가는 듯 비켜나는 듯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동선을 펼친다. 곡선과 직선이 터놓은 길 위에서 균형을 잡아 나아가는 그의 외줄타기는 보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외감을 안겨준다.

 

(윤규홍, Art Director/예술사회학)

 

 

2층 전시 뷰

 

 

 

Ambiguous wall-scene 0102_60x60x10cm_Steel,Urethane paint_2016

 

 

 

3층 전시 뷰

 

 
 

김병주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석사) 졸업

 

개인전 | 2016 공간의 역설 The Paradox of Space _ 갤러리분도 | 2015 "Ambiguous Wall: The Marriage of In and Out" _Gallery Huue, 싱가포르 | 2014 “Familiar scene” _ 표갤러리 사우스 기획전 | 2013 BYUNGJOO KIM _ Coohaus art, 뉴욕, 미국 | 2013 “From the spot" _ TV12 갤러리 | 2012 "Twofold Line" _ 살롱드에이치 기획전 | 2011 "Ambiguous Wall" _ 정림 갤러리 기획전 | 2011 갤러리 진선 윈도우전 #75김병주 “Ambiguous Wall” _갤러리진선 | 2010 “Enumerated Void" _ 노암 갤러리 기획전 | 2009 "Ambiguous Wall" _ 쿤스트라움 갤러리 기획전

 

단체전 | 2016 덕수궁 속의 현대미술 ‘궁’ 전 _ 덕수궁 | 2016 Arithmetic _ 세움 아트스페이스 | 2015 2Gil-김병주, 강준영 2인전 _ 2길29 갤러리 | 2015 The trace of line-김병주, 장재철 2인전 _ 최정아 갤러리 | 2015 도시 樂2, Rock- 성남의 얼굴 2015 _ 성남아트센터 | 2015 제2회 장애인 창작아트페어 특별전 _문화역서울 284 | 2015 아트로드 77 _ 장미갤러리. 헤이리 | 2015 TOUCHING MOMENTS IN MACAU THROUGH ARTISTS' PERSPECTIVE_인사아트센터 | 2015 Home Scape-집에 대한 단상 _ 롯데 갤러리-안양 | 2015 The good life-보이지 않는 이면의 것들 _세움아트스페이스 | 2015 공간탐구-김병주, 이강욱 2인전 _리나갤러리 | 2014 새로운 시선 _S+ 갤러리, 부산 | 2014 ART MIAMI contaxt |  2014 Affordable art fair 싱가폴 | 2014 대구아트페어 | 2014 SOLIPSISMOS _ ETHRA Gallery, 멕시코시티, 멕시코 | 2014 WOW ARTSHOW _ Crossing 360 Gallery, 뉴욕,미국 | 2014 새로운 시각 _ 최정아 갤러리 | 2014 청년예술 100 _ SZ ART Center, 베이징, 중국 | 2014 20th CONTEMPORARY ART JAPAN & KOREA _ KUBOTA Gallery, 도쿄, 일본 | 2014 2014 한국기초조형학회 파리 국제기획 초대작품전 _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 2014 선으로 공간을 그리다-김병주,황선태 2인전 _ S+갤러리, 부산 | 2014 공간을 점령하라 _갤러리 정미소 | 2014 INTRO 전 _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2014 ART&LIFE_예술과 가구의 만남 _ 아트스페이스 벤 | 2014 Unexpected moment _ 보고제 갤러리 | 2014 Space:Life&Routine _ 최정아 갤러리 | 2014 화랑미술제 _ 코엑스 | 2014 Line-drawing 선을치다 _ 우민아트센터, 청주 | 2014 2014 Young Revolution _ Ion Art gallery, 싱가폴 | 2014 더블로직 _ 스페이스 K 광주 | 2013 아티스트 세대전: 원로에서 중견, 그리고 신진으로 _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13 대구아트페어 _ 대구전시컨벤션센터 | 2013 The Sounds of Korea _주중 한국대사관, 베이징, 중국 | 2013 Near and Dear objects _ Art On, 싱가폴 | 2013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_ 코엑스 | 2013 KOREAN ART SHOW 2013 _ 휴스턴, 미국 | 2013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_ 콘레드호텔 | 2013 4인전 _ 갤러리 우, 부산 | 2013 Variations on Canon _ Coohaus art, 뉴욕, 미국 | 2013 Four Multiplicities _ Emoa space, 뉴욕, 미국 | 2013 Affordable art fair _ Metropolitan Pavilion, 뉴욕 | 2013 화랑미술제 _ 코엑스 | 2013 탄생·誕生·BIRTH _ 양평 군립 미술관 | 2013 2013 PYO project _ 표갤러리 사우스 | 2013 SPACE-SCAPE _ 롯데갤러리 일산 | 2012 Artistic Period _ 인터알리아 | 2012 Mimesis의 역습 _ 아다마스253 갤러리 | 2012 Brand New-소장가치전 _ Gallery Eugene |  2012 제22회 청담 미술제 _ 살롱드에이치 | 2012 기억의 장소 - 김병주, 황성태 2인전 _ 백자은 갤러리 | 2012 Untitled 2 _ 최정아 갤러리 | 2012 괄호 展-공간의 기록 _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12 The Blue Wind 젊은작가 콜렉션전 _ 진선갤러리 | 2012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하나금융그룹아트라운지 특별전 _ 코엑스 | 2012 The Art of Display _ 유진갤러리 | 2011 ART EDITION _ SETEC 전시장 | 2011 2011 Become We_ 옆집갤러리 | 2011 On.Plan.Make._ 텔레비전 12 |  2011 多重感覺_ 사비나 미술관 | 2011 "Charade" _ 리안갤러리, 대구 | 2010 테크롤로지의 명상 - 철의 연금술_ 포항 시립미술관 | 2010 DOORS ART FAIR 2010_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 | 2010 Off the map, 김병주 한조영 2인전 _ 갤러리 포월스 | 2010 흔적의 발견 _ 대안공간 충정각 | 2010 프리스타일: 예술과 디자인의 소통 _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09 KOREA TOMORROW 2009 _ SETEC 전시장 | 2009 ‘2009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호흡의 지평’ _ 태화강 둔치, 울산 | 2009 Nanji Relay 전 _ 난지 갤러리 | 2008 쿤스트독 기획 공모전 “우문현답” _ 쿤스트독 갤러리 | 2008 2008 홍제천 공공미술 프로젝트-도시얼굴 만들기- | 2007 POSCO Steel Art Award _ 포스코 갤러리 | 2007 10piston caliper _ 숲 갤러리 | 2006 보헤미안 스페이스Ⅱ _ 아르코 미술관 | 2005 제4회 시사회전 _ 대안공간 팀프리뷰

 

수상 및 레지던시 | 2014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 | 2009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 (NArT2009) 선정작가 | 2008-2009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 | 2008 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데뷔프로그램 선정 | 2007 POSCO Steel Art Award (주최:포스코청암재단)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서울시립미술관 | 포항시립미술관 | 롯데호텔 |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 | 전국경제인연합회

 

 
 

vol.20160523-김병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