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초대展

 

 

 

 

 1차전시 | 2016. 12. 3(토) ▶ 2016. 12. 10(토)

2차전시 | 2016. 12. 26(월) ▶ 2017. 1. 26(금)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이인숙 작가 - 혼돈 시대를 정물 은유로 표현

 

동료 작가들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할 때 남태령 아트스페이스 지하 작업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작업했던 이인숙 작가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작가로서 이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몰입했다. 그 후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작가는 작업을 통해 기록하는 것이 책무라고 고백한다. 이이숙 작가의 정물은 이 시대 국가 국민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은 불안하고 위험한 정물이었다. ‘정물’이란 움직이지 않는 무생물 즉 생명을 다한 존재로 등장한다. 정물화(nature morte)란 불어에서는 '죽은 자연’으로 수렴된다. 16-17세기 이래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서구 화단에서 그려졌던 과일, 화초, 건조된 생선, 박제된 조수(鳥獸)들이 그것이다.  반면, 이인숙의 정물들은 그릇이나 화병과 같은 기물(器物)에 집중되어 있다. 죽은 정물에 생명을 희망을 불어 넣고 있다. 실제로 자라고 있는 선인장, 꽃을 담고 있는 화분, 화병을 소재로 삼고 있기도 하지만, 화초나 나뭇가지가 없는 도자의 기물에서는 형태와 색으로 생명을 노래한다. 그것은 현실의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고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기도이다. 모든 화가에게 있어 정물화 장르를 통해 새로운 현대미술의 영역을 개척하는 하는 일이 쉽지 않은 까닭은 오랜 서구적 전통의 조형 언어의 관습이 우리에게 익숙한 재현의 조형 언어로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어 탈주하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새로운 유형의 정물화’, 그것은 현대미술의 장에서 정물화에 천착하는 오늘날의 모든 화가들에게 있어 공통의 염원이자 숙제이지만 풀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새로움(nouveauté)을 기치로 혁신적인 화풍을 개척한 세잔(Paul Cézanne)에 의해서 상투적이었던 정물화가 20세기에 새로운 조형 언어로 부활하면서 이후 다양한 조형적 실험이 이어졌던 미술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정물화를 오늘날에 새로운 방식으로 천착하려는 이인숙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화가 이인숙에게 있어 이전의 정물화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미술평론가 김성호씨는 정물(靜物)을 ‘정중동(靜中動)’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작가 이인숙의 은유(metaphor)적 표현으로 역설한다.   

 

 

 

 

 

이인숙의 정물화에서 우리는 ‘조용함 속에 위태로운 무엇’을 발견한다. 단순하고도 적막한 배경 속에 수평적 구도로 가지런히 나열된 기물들이 서로 속삭이는 묵언(黙言)의 대화를, 그들이 서로를 밀쳐내는 정중동의 긴장감을 말이다. 보라! 꽃가지를 담은 유리 화병이 기울어진 채 위태롭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물화에는 이러한 정중동의 은유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그것은 ‘말 없는 사물’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표현이자, 언어적 메시지가 된다. 이러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화면 구성은 작금의 한국의 위태로운 사회를 은유하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즉 정중동의 메타포인 것이다. 탁자 모서리 위에 유리컵들이 마술처럼 엇비껴 쌓아 올려져 있는 정물 또한 작가가 사물에 덧입히는 언어적이고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함유한다.

중력에 순응하는 정물의 위상을 전복시키는 이러한 구성은 형식적으로는 ‘추락하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게 함으로써 정지와 고요의 상태로부터 움직임과 불안의 상태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형식적 구성은 결국 내용적 측면에서 작가가 대면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심리 상태를 동시에 은유하게 되면서 감정 없는 사물을 감성적이고도 생명력 가득한 존재로 치환하기에 이른다. ‘형식보다 내용’이라는 지향점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선보이는 차원에서 그 발걸음이 더딜 수 있겠지만, 진정성의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 할 것이다. 재기발랄한 형식의 변화보다 정물화의 존재론적 위상에 천착하고 내용을 다듬어 가는 그녀의 정물화가 향후 이러한 진정 위에서 보다 더 풍요한 변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해본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작가가 현대적 도자기를 소재로 구성의 방식을 달리하는 형식적 차원의 변주를 가속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는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이인숙 작가 초대전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1월 26일까지 전시중이다.

 

 

 

 

 

 

 

 

 

 

 

 

 

 

 

이인숙 작가

 
 

 

 
 

vol.20161203-이인숙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