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웅 초대展

 

" 책으로 그린 자연이미지 - city story "

 

A Chief Cock_130x90cm_책,종이죽 혼합재료

 

 

장은선 갤러리

 

2017. 1. 18(수) ▶ 2017. 1. 25(수)

Opening 2017. 1. 18(수) pm 4-6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The king cock-01_90.9x72.7cm_책,혼합재료

 

 

책으로 그린 자연이미지

 

식민지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이태준은 책은 꼭 冊이라고 써야 제격이라고 말했다. 죽간본의 형태에서 따온 이 상형문자는 책 이 꿰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전달한다. 한 권의 책에는 너무 많은 말들이 고여 있고 응고되어 있다. 책을 펼치면 행간에 머물러 있던 무수한 말들이 기립해 다가온다. 활자들이 기지개를 켜고 망막으로, 뇌 속으로 함성처럼 스며드는 것이다. 책을 덮으면 다시 말들은 문자꼴로 결박되어 고요하다. 책장에 꽂힌 책의 등에 적힌 책의 제목은 그 책 안에 가득할 말들을 연상시켜 준다. 유혹한다. 무수한 책들로 가득한 책장이나 서재는 헤아릴 수 없는 말, 문자들로 가득해 울울하고 침침하다. 책을 펼치는 행위는 그 말들을 환생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이정웅은 책을 펼칠 수 없게 봉한 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의 경계에서 책등을 향해 단호한 칼질을 해댄다. 책 을 잘게 썰고 토막낸다. 책으로 회를 떠낸다. 책을 망실시키는 행위이자 가혹한 훼손이다. 펼칠 수 없는 책,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만드는 일이고 문자들을 죄다 붙여버리거나 칼에 의해 지워놓은 꼴이다. 모든 페이지는 접착제로 인해 들러붙어버렸다. 그래서 펼칠 수 없다. 펼쳐지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라 사물, 오브제가 되었다. 그렇게 붙어버린 책은 불구다. 쓸모없는 책, 다시는 살아 날 수 없는 말들, 문자들, 모든 이야기의 죽음, 행간의 침묵이고 언어의 봉인이다. 온갖 책들이 이정웅의 칼과 본드에 의해 무참히 해체 되었다. 이제 한 권의 두툼한 책은 얇은 띠로 바뀌었다. 수직으로 내려 그은 칼에 의해 지층으로 굳은 책의 일부가 흩어졌다. 그것은 문 맥을 의도적으로 뒤바꾸고 동일한 시간 아래 다양한 내용들을 깊이로 내려가 떠낸 자취가 되어 고착되었다. 그렇게 작가는 책을 자르고 분쇄했다. 오로지 얇은 띠로 남겨진 책의 잔해는 원래의 책이 지닌 내용을 파기한 체 종이의 체적, 오브제 로 남겨진 것이다. 수직으로 내려가 깊게 자른 칼은 책의 신체를 절개하고 토막 낸다. 잔혹하다. 이제 책의 몸은 사라지고 파편화된 책의 일부분만 처연하게 뒹군다. 작가는 그 조각, 파편들을 다시 추스려 화면 위에 부착했다. 콜라 주 했다. 길쭉하고 약간의 두께를 지닌 그 조각들을 연결해 정물화나 초충도, 사군자 등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렸다. 부착했다. 식물 이미지와 새 이미지가 두드러지게 자리한다. 종이로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집적해 일종의 부조, 입체를 만들었다. 이 오브제 회화는 무척 촉각적이다. 꽃과 나무, 풀과 새가 함께 그려, 부착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종이, 책의 단면들이 수평으로 자리하면서 만든 이미지, 흔적이다. 작가는 캔버스 화면에 붓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종이/책을 붙였다. 제각기 다른 길이와 두께, 드문드문 비치는 색상, 종이의 재 질, 오래되고 누렇게 빛바랜 종이의 상태들이 물감을 대신해 형상을 안긴다.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붓, 모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 에 그 필력이 고스란히, 더 생생하게 연상되도록 종이를 콜라주하고 있다. 그가 붙인 종이, 책의 단면에서 소리가 난다. 획의 소리가 난 다. 그는 전통문인화나 화조화를 새삼 책으로, 종이로 재현한다. 나로서는 정물화 보다는 사군자나 화조화 같은 것이 좋다. 앞의 것이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작위성이 강하다면 후자는 필의 맛과 호흡이 느껴지고 더불어 가락이 있다. 흡사 남도 판소리 같은 가락 말이다.

 

 

 

city story-06_60x60cm_책,종이죽 혼합재료

 

 

분명 종이/책이 자연을 떠올려주고 식물과 나무로 환생했다. 작가는 책의 단면을 부착한 후 그 주변은 종이를 주물러 만든 종이죽(모든 이야기를 뒤섞고 혼합해버린)을 부착해 채워나갔다. 또는 아크릴과 핸디코트를 섞어서 칠을 하거나 색모래와 모래, 접착제 등을 혼 합해 부착했다. 그에 따라 촉각적인 화면이 도포되었다. 그런 후에 그라인더로 단호하게 갈아내고 부분적으로 종이 결을 깍아 내어 속 도감, 시간성, 요철효과 등을 안긴다. 그는 칼과 그라인더, 접착제로 그림을, 조각을 하고 있다. 그라인더로 긁고 손으로 치고 모필로 밑 그림을 그리는 이 모든 행위의 저간에는 사군자를 치던 문인들의 제스처와 호흡, 운필의 리듬이 느껴진다. 기운생동이 감촉된다. 작가 는 말하기를 오랫동안 문인화와 화조화에 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이를 응용한 작업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아마도 작가가 자라고 수학한 전주의 문화적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작가는 버려진 책들, 헌책들을 수집했다. 그렇게 사라지기 직전의 책들을 모아 나무와 풀, 꽃과 새로 환생시켰다. 버려진 책에 생명력 을 안겼다. 색상도 재질도 느낌도 다른 책의 단면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창출했다. 옛 책과 지금의 책이 한 화면에 공존하고 여러 이 야기들이 서로 뒤섞이고 서로 다른 문맥들이 조화를 이룬다.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한 쌍의 새들은 바로 책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가 이 그림에서 보는 것은 분명 책이 아니다. 독특한 재료체험을 만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의 단면이다. 책의 결이다. 무수한 시간, 이야기가 혼재된 결, 깊이가 부착되어 있고 그것이 이미지를 성형한다. 또한 칼이 빠르고 신속하게, 깊이 있게 베고 지나간 상처를 만난다. 칼에 의해 잘리고 절개된 아픔, 그 상처가 문인적 세계관을 표상하는 사군자 로 홀연 환생했다. 아름다운 서정적 풍경으로 돌변했다. 기이한 모순이다. 이정웅의 칼질에 의해 잘려진 책의 단면들은 화면위에서 춤 을 추듯, 가락처럼, 운율처럼 진동한다. 마냥 너울거린다. 활기차고 부산스럽다. 어울러 부드럽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선들, 파스텔 톤의 가라앉은 색상, 익숙한 전통화의 도상들, 화면을 손으로 더듬고 싶은 촉각성, 요철효과를 지닌 평면의 화면이 흥미롭고 신선하다. 책이 란 물질을 가공해 그림을 그려나가는 발상, 방법론이 더없이 재미있는 것이다.

 

박영택(경기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

 

 

city story-07_73x73cm_책,금강사 혼합재료

 

 

책으로 그린 자연 이미지

 

내 작품에서의 책은 큰 역할과 의미가 있다.

작품의 주재료는 ‘책’이다.

‘책’은 즉 나에게 물감인 것이다.

내 작업은 책들을 모으는 일에서 부터 작품의 시작이다.

스케치 위에 색칠을 하기 위한 물감의 색을 모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모으는 일이다.

내가 모으는 책들은 내가 태어나기 한참도 더 된 세월이 지나 누렇게 바랜 오래된 고서부터 최근의 각양각색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세월의 흔적이 베여있는 여러 분야의 책들이다.

나는 이러한 책들을 손으로 직접 칼질을 하고 토막 내어 얇은 회를 떠낸다. 이것은 책을 펼칠 수 없는 책,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만드는 일이고 문자들을 모두 붙여 버리거나 칼에 의해 지워놓은 꼴이다. 이러한 책들은 원래의 책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색상도 재질도 느낌도 내용(이야기)도 다른 책의 단면들을 전주식 비빔밥처럼 비벼서 하나의 책의 기능과 의미를 바꾼 세계를 만들어 자연의 해와 달, 나무와 산, 꽃과 새, 집과 도시 등 자연의 여러 형태로 환생을 시키는 작업을 한다.

옛 책과 지금의 책이 한 화면에 공존하고 여러 이야기들이 서로 뒤섞이고 서로 다른 문맥들을 가지고 자연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이 배어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정웅 작가노트>

 

 

city story-09_60x60cm_책,종이죽 혼합재료

 

 

서양화가 이정웅 선생은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독창적인 질감으로 표현한다. 두껍게 물감을 바르며 완성하는 회화표현이 아닌 책을 활용한 새로운 마티에르를 연구해왔다. 팔레트에 물감을 섞어가며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듯 작가는 칼을 가지고 책을 이리저리 자르며 원하는 색감을 발굴하여 책의 단면을 활용한 회화작업을 한다. 이정웅 선생은 ‘색상도 재질도 느낌도 내용(이야기)도 다른 책의 단면들을 전주식 비빔밥처럼 비벼서 하나의 책의 기능과 의미를 바꾼 세계를 만들어 자연의 해와 달, 나무와 산, 꽃과 새, 집과 도시 등 자연의 여러 형태로 환생을 시키는 작업을 한다’며 작업의 발상과 내용을 설명했다.

 

작가는 눈앞에 펼쳐진 예술적 영감의 대상을 공들여 잘라낸 책의 여러 면들을 신중하게 조합하여 화폭에 담아낸다. 작품은 책을 재료로 하여 만든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섬세한 묘사력과 따뜻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책의 단면으로 표현된 빼곡한 건물들은 도심의 냉기대신 작가의 체온을 전달한다. 책으로 변한 자연물 나무가 화가의 손을 거쳐 그림의 풍경 속 소나무 또는 힘찬 수탉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작품 속 소재들은 돌고 도는 윤회의 과정을 엿볼수 있는 철학적 깊이가 담긴 작품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선생은 ‘부드럽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선들, 파스텔 톤의 가라앉은 색상, 익숙한 전통화의 도상들, 화면을 손으로 더듬고 싶은 촉각성, 요철효과를 지닌 평면의 화면이 흥미롭고 신선하다’며 독특한 질감묘사가 매력적인 작가의 작품 구성과 표현을 높이 평가했다.

 

화가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책의 단면들을 정교하게 쌓아가며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묘사한 이정웅 선생의 신작 20여점을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이정웅 선생은 예술의 전당, 전북도립미술관 등 23회의 개인전을 갖었고 380여회 기획 초대 및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하며 꾸준한 작가 활동을 펼쳐왔다. 미국 뉴욕 Fountain Art Fair, 독일 쾰른 Art.Fair21 등 해외와 국내 KIAF 아트페어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참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에서 2차례 특선 및 전라북도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우수상 및 다양한 기관에서 수상을 받았으며,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쉐마미술관 등 관공서 및 여러 곳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city story-01_163x112cm_책,혼합재료

 

 

City story-006_53.0x45.5cm_책,종이죽 혼합재료

 

 

ㅁㅁㅁㅁㅁㅁㅁㅁㅁ이정웅 초대展

ㅁㅁㅁㅁ(ㅁㅁㅁ2017.1.18(수)-1.25(수)

 

 

 

 

 

 
 

이정웅 | Lee, Jeong-Woong

 

개인전 | 2017 | 제24회 장은선갤러리 초대전,서울 | 2016 | 제23회 개인전 (MANIF 22!16) 예술의 전당,서울 | 2015 | 제22회 개인전 (영원한생명의  詩) 정부종합청사,서울 | 제21회 개인전 (MANIF 21!15) 예술의 전당,서울 | 2014 | 제20회 개인전 (영원한생명의  詩)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서울 | 제19회 개인전 (MANIF 20!14) 예술의 전당,서울 | 2013 | 제18회 개인전 (MANIF 19!13) 예술의 전당,서울 | 2012 | 제17회 개인전 우진문화공간,전주 | 제16회 개인전 (MANIF 18!12) 예술의 전당,서울 | 제15회 개인전 AP갤러리,서울 | 2011 | 제14회 개인전 (MANIF 17!11) 예술의 전당,서울 | 2010 | 제13회 개인전 (영원한생명의 詩) 인사아트센터,서울, 갤러리 공유,전주 | 제12회 개인전 (MANIF 15!10) 예술의 전당,서울 | 2009 | 제11회 개인전 (MANIF 11!09) 예술의 전당,서울 | 2008 | 제10회 개인전(영원한 생명의 詩) 전북예술회관,전주 | 2005 | 제 9회 개인전(MANIF 11!05) 예술의 전당,서울 | 제 8회 개인전(풍경-空Ⅲ) 우진문화공간,전주 | 2004 | 제 7회 개인전(풍경-空Ⅱ) 전북예술회관,전주 | 제 6회 개인전(MANIF 10!04) 예술의 전당,서울 | 2001 | 제 5회 개인전(한무리미술상 초대전) 경원아트홀,전주 | 제 4회 개인전(MANIF 7! 2001) 예술의 전당,서울 | 제 3회 개인전(영원한 생명의 詩) 전북예술회관,전주 | 1999 | 제 2회 개인전 전북예술회관,전주 | 1996 | 제 1회 개인전 얼화랑,전주

 

단체전 및 기획 초대전 | 국내외 기획 초대, 단체전 380여회 출품

 

아트페어 | KIAF 2011, 2012, 2013,2014,2015,2016  (코엑스,서울) | 화랑미술제 2012, 2013, 2014,2015,2016 (코엑스,서울) | SOAF2012 (코엑스,서울) | Fountain Art Fair 2012 (69th Regiment Armory,뉴욕) | Art.Fair21  2011 (독일,쾰른) | AAF Singapore 2011, 2013, 2015 ,2016 (싱가폴) | Doors Hotel Art Fair 2011,13  (임페리얼팰리스,서울) | 메리어트 호텔 아트 페어 2011 (메리어트호텔,서울) | 아트 광주 2011,2012,2015  (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 | 부산 아트쇼 2013,2014, 2015(벡스코,부산) | Korea art show 2011 (뉴욕,미국) | 아트경주 2013,2016 (경주실내체육관,경주) | 이스탄불 아트페어 2013 (터키 이스탄불) | scope miami 2015(미국,마이애미) 외 20여회 참가

 

수상경력 | 반영 미술상 수상 | 전북 청년 미술상 수상 | 한무리 미술상 수상 | 전라북도 수도권전시지원사업 선정 | 우진문화공간 청년작가지원사업 선정 |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 2회 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입선 3회 수상 | 전라북도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 · 우수상 수상 | 중앙 미술대전, 미술세계 대상전 회화부문 특 · 입선 수상 외 다수 수상

 

작품 소장처 |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북부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전북정읍 검찰청사, 전주 세무서, 한국전력 전주지사, 전주태인컨트리클럽, 쉐마미술관, 미래병원, 개인소장 등

 

심사 |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단원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라북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현재 | 대한민국미술대전초대작가 | 전라북도미술대전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회원 | 지붕전 회원 |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제1분과 이사 역임 |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

 

 
 

vol.20170118-이정웅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