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magazine vol.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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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 ~스러움의 사건
글 | 김용민

멈춰 섬에 뒤돌아보지 않고 둘러싸임에 주저하지 않고 깊이 숨어 있음에 내색하지 않고 다가섬에 빛을 쏟아낸다. 그 후, 오랜 역사 속 기화된 무거움이 응축된 장소에서 거대한 서사시를 남긴다. 그 옛것에 말하지 못함과 지나치지 못함이 교차하여 있지 못할 상을 맺고는, 망설일 수 없는 크나큰 위엄을 비춘다. 그것은 미타찰(彌陀刹)1)에서 귀(耳)를 타고 우리의 심장을 찌른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몸을 홀린다. 고열로 인해 뼈가 화상을 입는다. 타는 심정은 몸을 풀어 춤을 추게 한다. 그것 앞에서 그것을 앞서지 못하고 그것에 서서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것을 과거의 것이라 하며 역사적 장소라 한다. 결국, 역사적 부정은 부정의 역사성 속에서 두 번 전복되어 생명의 나이를 너머선 성전에 임한다. 성전에 빛나는 에너지 어둠에 공간을 만들고 어둠에 빛을 잡아두기 위하여 스스로 막을 덮었다. 더 이상 이면에 있지 않는다. 밀착되어 하나로 간다. 그렇기에 거기엔 색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색의 명암과 무거움이 배접되어 있을 뿐이다. 빛과 이미지가 서로 스며들어 이제 중요한 것은 고착된 위치가 아니게 되었다. 무게가 있으나 모든 것으로부터 떠있는 존재, 하지만 그 존재는 뭐라 일컫지 못하는 지점에 있었고 스스로의 장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존재로 족하여 그 영향력이 화면에서 실재공간을 넘보고 있다. 우리는 인식의 기능적 소실을 경험하고 인식의 멈춤으로 나아간다. 이제야 하나의 연결고리를 푼다. 멈춰 섬에 멈춤으로의 대면이 어찌할 수 없는 지배자의 영향력에 휩싸이게 된다. 거기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역사적 구조물로부터 왔으며 역사적 구조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발현되었다. 다시, 이 한갓된 욕망은 끊임없이 충족되지 못하고 마는 현실에 예민해 한다. 단지 우리의 의식의 한계는 작은 의미에서 장소에 있다. 장소의 ‘~스러움’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닮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 우선하는 것을 후퇴라 하자. 그 이행되는 것을 전진이라 하자. 이렇게 두 가지로 비롯되어 ‘~스러움’이란 매우 감각적인 것이다. 그것은 ‘아우라’로 재현된다고 한다. 무엇인가 있다. 이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인간의 수명을 넘어선 영역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소유할 수 없다. 인간으로부터 나왔으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의 장소. 여기서 ‘위대한 언어’는 고개를 숙인다. 언어가 필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언어가 소용치 않다. 보다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으로 보다 직접적이게 한다. 주위는 어두워지고 시야가 성전에 맞춰진다. 정적(靜寂)으로 감도는 공간이 성전에 대고 조아린다. 수많은 부조리와 내사가 한 장소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토로되는 시선은 미련이 남지 않은 채 빛과 함께 정신의 작용으로 무게를 넘겼고 동시대의 미술에 말을 건다. 무엇이 변치 않고 무엇으로 변치 않음을 잡을 수 있는가. 불가피하게 우리의 시선은 거대한 사건에 메일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무명인의 삶을 주시하지 않듯이 이름 없는 머릿돌을 알아줄 이 없다. 그렇다면, ‘~스러움’은 일종의 권위2)의 탄생이다. 이 권위가 가치를 만들고 작품으로 가시화 된다. 권위는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추워도 의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적 사건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역사적 사건과 감각적인 것은 위험한 관계로 접한다. 전시공간에서 작품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기 위해 수렴되는 권위는 언제나 그 발단에 감각과 초월이 상충되는 곳에서 가능하다. 감각을 취하되 감각적임을 초월하여 ‘~스러움’이 재현되는 지점, 그것이 작품을 통한 작가의 개입과 위치가 확인되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배경이 작가의 개입과 위치를 멈춰 섬에 멈춤으로 노골화 시킨다. 사고의 멈춤과 개입하지 않게 하는 비평의 무용성을 꼰다. 우리가 익히 알고 풀이 할 수 있는 사실은 역사성을 띠지 못하는 과거적 사건에 멈춘다. 그 빛 찬란하고 어둠 속에서 빛살이 부서지니 비평의 눈초리를 토라지게 한다. 더 이상 물성과 비물성의 틈은 없다. 이미지 그자체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잠식시켰다. 이 공간은 이해의 장소성을 전혀 갖지 않고 압도된다. ‘압도된 횡포’다. 자금성<Goldstructure-Majesty0701 종이에 먹, 혼합재료 240×165cm 2007>의 권위는 축성을 명한 황제에게나 돌을 나른 일꾼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그 스스로에게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이콘(Icon)의 영역(도상학)으로 넘어갈 수도 해석될 수도 없는 것은3) ‘주인 없음’에 있다. 권위는 있으나 권위를 누려야할 주체의 상실은 궁극적으로 그 구조적 규모로 재단되었다. 집을 들어 올려 시선을 위태롭게 한다. 관객에 대한 배려는 없다. 그 ‘~스러움’에 대한 권위만이 공간을 압도한다. 주인 없는 장소가 주체가 되어 이글거리는 비가시적 시선을 내뿜는다. 남대문이 전소(全燒)되었다.<BurningGate koreaInk, color & glassbeads 180×180cm 2008> 그 사실4)이 중요하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남대문은 600년의 세월 끝에 스스로의 권위를 얻었다. 그 구조물이 미적 범주에서 권위를 취할 때 전소되는 사건에 있다. 거기서 그 어떤 말과 언어도 무용지물이다. 단지 타는 몸부림이다. 이제 전복되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이 되고자 한다. 그 사건은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에서 시작하여 감각이 살아나는 지점이 아니겠는가.  

1) 월명사의 제망매가에서 인용된 미타찰은 ‘극락’으로 이 텍스트에서는 역사적 구조물 특히 신전이나 성전이 갖고 있는 초월적 장소성으로 아우라나 성스러움으로 비유된다. ‘아으 미타찰애 맛보옫 내 도닷가 기드리고다.’ 이는 월명사가 극락세계로 간 누이를 그리고 도를 닦으며 기다리는 장면이다. 이를 미술공간의 범주로 적용시켜봤을 때, 정진용의 작업은 투명 막을 중심으로 이미지의 후퇴와 전진이 있다. 하나는 이미지가 투명 막으로 점착 됨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가 투명 막 뒤로 후퇴 됨이다. 그 간극으로 말미암아 전시공간에 참여하고 있는 관객은 이미지의 후퇴와 전진으로 성스러움이나 숭고함과 같은 초월적 체험을 요청받게 되며 단순히 시지각적 측면에서 감상을 하는 것을 잃게 된다. 이때의 체험은 감각적이되 감각적인 임을 넘어서는 체험으로 반영된다. 

2) 여기서 권위라는 것은 미술 자체를 부정함에도 그 행위나 결과물이 다시 미술사로 소급되어 미술문맥으로 읽혀짐으로 취해지는 미술의 권위다. 정진용의 작업에서는 자금성이나 남대문,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자신의 작업방식으로 가시화시킴으로 새로운 역사적 사건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의 대상은 감각적인 방식으로 접근되고 있는 것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3) 압도됨이란 미적 카테고리는 숭고적 체험의 한 요소로 역사적으로 성화와 같은 종교화나 시대를 거듭한 역사적 구조물에서 나타나는 미적 쾌다. 이 숭고적 체험의 한 요소는 왕과 같은 영웅의 초상이나 마리아와 같은 성인의 모습과 배치에서 다양한 내러티브를 발생시킨다. 본문에서 인용한 도상학은 정신적이거나 이념적인 의미가 가시화 되어, 이미지를 읽어 내는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정진용의 페인팅 작업에서 발생하는 압도됨이 종교적인 숭고미나 어떤 시대정신과 사회적인 내적의미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갖는다.  

4) 역사적이고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정진용의 작업에 투영될 때는 사실에 그친다. 이 사실은 감각과 초월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거칠게 설명하면 분위기요, 이 텍스트에서는 ‘~스러움’이다. 그렇다고 이것(~스러움)이 단순히 응시자의 감각적인 환기로 그친다거나 심리적(기분)인 효과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분명 압도되게 하는 대상이 화면에 있으며 작가의 오성으로 비롯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부정의 방식으로 가시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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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근 |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
글 | 김용민

 

카메라 끝에 선 시선은 아찔하다. 순간순간을 잡기 위에 숨 멈추기를 연습하는 몸은 반복으로 단련되었다. 미묘한 간격과 위치, 그 사이가 존재하는지 몸은 시선을 찾는다. 좀 전의 느낌이 달랐다. 이미 지나간 공기에 나의 시선이 흘러갔다. 그러니 바람이 불면 안 된다. 할 수만 있다면 공기를 멈추게 하고 싶고 동일한 온도로 공간을 데우고 싶다. 나에게 얼마나 살인적이며, 시선을 게으르고 무료하게 하는지 내 몸은 안다. 기계가 조리개를 열 때 보이는 것 너머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나의 시선은 대상의 안과 밖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선은 그 끝자락에서 대상을 향하여 위태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어긋난 초점이 소실점의 옆구리를 찌른다. 자세히 보니, 기계를 감싸는 손과 눈이 직선을 잡아당기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은 저 앞에 널린 대상이 나에게로 올 때 잠시 스칠 뿐, 시선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주 얇은 막이다. 그 막을 통하여 걸러지는 시선만이 장면에 동참할 뿐이다. 얼핏 보면 그의 시선이 공간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단면을 감지하고 있다. 공기의 막이다. 어떻게 해서 그 단면인지는 모르겠으나 막에 걸러진 기억을 지울 수가 없고 그렇게 타협할 수가 없다. 빛이 중요하다. 사물의 배치도 중요하다. 언제 찍어야하는지 시간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은 원래의 방언에 대한 인식이다. 사물이 주변에 적응하였고 빛이 그 주변을 고려하였을 때 익숙해진 냄새가 공간을 데우는 것이다. 그때의 경험은 코끝에서 시작되었고 수많은 단면을 만들어 경험치의 함수에 대입 하며 좌표에 선을 긋는다. 여기와 저기, 화면은 유리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 번 경계의 실재와 장면으로 시선을 끈다. 확실히 장소가 갖고 있는 냄새다. 눈은 공간의 구석구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냄새를 맡고 있다. 투명한 창문일지라도 벽돌과 시멘트로 된 아파트 벽일지라도 차단된 시선은 눈을 더욱 자극시킨다. 통념으로 수렴되었던 플라톤의 관념(Idea)이 무너졌다. 이미지는 이데아의 그림자가 아니다. 그렇게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그림자의 길이에 따라 떠도는 유령도 아니다. 즉, 원래의 방언에 대한 인식은 언어의 은유(표상)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그곳은 인식의 착각된 장소다. 그럼에도 그 장소는 카메라 눈의 언어로 구속되어 실재와는 다른 이미지를 생산해 낸다. 이 이미지가 인간의 이성이나 지성의 무력함을 강하게 관철시키고 청각이 후각에 고정되어 경계의 자리 바꾸기를 하고 있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실은 자리 바꾸기다. 시각의 이면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닌, 일순간 발생했던 시선의 착각과 그 착각된 시선의 배회다. 그렇게 발생한 감각적 인상이 이미지(사진)가 되었고 이미지의 의사소통은 문학성을 바탕으로 하게 되었다. 후각은 진동하고 있는 공기의 소리를 듣는다. 구체적인 대상은 없지만 그 장소가 말하고 있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그 장소 스스로 발생시키고 있는 감각적 은유들과 시선 스스로 인식하게 된 의미들의 마찰이다. 실제로, 화면이 이데아에서 두 단계 떨어졌든 서로 간섭되었든, 마찰의 안쪽과 바깥쪽이 밀착되어 현기증을 일으키니 잠긴 문과 자물쇠의 엉킨 줄이 시선의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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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조 작가 작품이미지

내 나이 서른 셋
글 | 김용민

나이가 먹어가면서 부담해야할 일과 책임이 무거워 진다. 한 번이 실수에 모든 것이 날아갈 수도 있는 시기가 되니 이집트의 벽돌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후회할 것이라면 태어나지 않았어야 갰지만 난 여기에 있으니 후회할 수 없고, 과거에 젖어 있을 수 없다. 서른셋이란 나이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참으로 그렇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사회적 인간으로 여러 관계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겐 다음 세대의 희망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혼재되고 섞여 있어 다른 삶을 사는 이가 있으니 예술에서 ‘차라투스트라’다.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직장인이면서도 홀로된 섬에 갇혀 펜션을 짓는다. 혼자서 즐거워하면 신나하는 모습이 열정적이라 하지만 그의 아내는 참으로 힘들기 짝이 없다. 뭐, 시인의 아내보단 낮다. 그래도 원고료가 좀 짭짤하니 이 바닥에서는 최적의 작업이다. 그런 그가 말할 때, 미학을 논하며 비평의 눈초리를 꼰다. 그에게 희망이라는 빛이 아직 꺼지지 않아서인지 아직 가슴 뜨겁다. 오호라 나는 간교한 사람 하나님의 법과 죄의 법에서 싸우는 사망의 법을 간직한 사람이다. 옳고 그름을 떠난 상상력이 바랃ㄱ을 보인 배경 지식에 어둠의 레이스를 하게 한다. 나에게로 나온 것은 모두 주관적이다. 객관적 시선도 평정의 상태도 떠나있다. 이것이 예술을 살릴 수 있는가. 의심의 이적이 사람에 이르러 세상을 구원했듯이 내 안의 한계가 나 자신을 인도한다. 사실, 이미지와 언어는 구별되지 않았다. 눈먼 시인의 홀린 입으로 나오는 서사에 눈과 귀가 열린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부담해야할 일과 책임이 무거워 진다. 한 번이 실수에 모든 것이 날아갈 수도 있는 시기가 되니 이집트의 벽돌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후회할 것이라면 태어나지 않았어야 갰지만 난 여기에 있으니 후회할 수 없고, 과거에 젖어 있을 수 없다. 서른셋이란 나이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참으로 그렇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사회적 인간으로 여러 관계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겐 다음 세대의 희망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혼재되고 섞여 있어 다른 삶을 사는 이가 있으니 예술에서 ‘차라투스트라’다.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직장인이면서도 홀로된 섬에 갇혀 펜션을 짓는다. 혼자서 즐거워하면 신나하는 모습이 열정적이라 하지만 그의 아내는 참으로 힘들기 짝이 없다. 뭐, 시인의 아내보단 낮다. 그래도 원고료가 좀 짭짤하니 이 바닥에서는 최적의 작업이다. 그런 그가 말할 때, 미학을 논하며 비평의 눈초리를 꼰다. 그에게 희망이라는 빛이 아직 꺼지지 않아서인지 아직 가슴 뜨겁다. 오호라 나는 간교한 사람 하나님의 법과 죄의 법에서 싸우는 사망의 법을 간직한 사람이다. 옳고 그름을 떠난 상상력이 바랃ㄱ을 보인 배경 지식에 어둠의 레이스를 하게 한다. 나에게로 나온 것은 모두 주관적이다. 객관적 시선도 평정의 상태도 떠나있다. 이것이 예술을 살릴 수 있는가. 의심의 이적이 사람에 이르러 세상을 구원했듯이 내 안의 한계가 나 자신을 인도한다. 사실, 이미지와 언어는 구별되지 않았다. 눈먼 시인의 홀린 입으로 나오는 서사에 눈과 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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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 사물, 그 정(靜)과 동(動)의  시.공간
글 | 김보경

중요하지만 흔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형상: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가로수, 길가에 핀 꽃들, 작업실 창가 너머의 나뭇잎, 풀잎과 하늘, 미세한 바람과 그로 인한 움직임, 비 오는 소리 등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느낌들은 우리의 기호(嗜好)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일상의 여러 이미지들 가운데, 우리의 삶 속에서는 중요한 요소들이거나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가 흔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형상들이 있다. 나는 단지 우리가 선호하지않는 이미지들이기 때문에 무감각해 버리기 쉬운 이미지들을 찾아내어, 그 경험과 느낌들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소재와 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단순화된 이미지로 표현하되, 형식적이 아닌 내적인 진실의 이미지를 담고자 한다.   

형상의 서정적.공간적 표현: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자연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고 소외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은 불가피한 관계이다. 인간은 자연의 소산물로 삶을 영위하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인간의 삶 속에서는 중요한 요소들임에도 불구하고 무감각해지기 쉬운 것에 대한 나의 관심은 처음에는 자연의 이미지들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일상의 자연 이미지들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즉 자연이 존재한다는 것, 존재 자체의 이해가 이번 작품전 이미지의 개념이면서도,  

"예술가는 눈을 뜨고 자신의 내면생활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귀는 언제나 자기 내면의 필연의 목소리에 돌려야 한다." 

는 칸딘스키의 예술가론처럼, 내면생활을 응시하고 필연의 목소리를 들으려한다. 

그러한 나의 작업은 다음 두 단계로 나뉜다. 

자연 이미지(natural image)의 서정적 표현: 나는 풀잎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이나 호숫가에 떨어지는 모습과 같은, 어느 순간의 일상적인 자연 형상들을 정적(靜的)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들 이미지들은 움직이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할 수 도 있지만 풀잎이 바람에 움직이거나 떨어지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그때의 나의 감정이 겹쳐지면서, 형(形)은 그 순간의 인상이 다양한 선들로 조합되면서 단순화되었다. 즉, <삶의 기쁨(Delight of Life)>과 같이 흙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한 바탕 위에 여러 자연의 이미지를 중첩하여 하나의 형상을 그리고, 그것의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느껴지는 안식과 평안함의 감정을 따뜻한 색조로 표현하려고 했다. 

이처럼 자연 이미지로 부터 시작된, 중요한, 그러나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일상의 형상에 대한 나의 관심은 소소한 사물과 서정성에 대한 부분적 맥락들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일상적이나 어느 순간 나에게 크게 다가온, 공간 속의 구체적인 형상과 사물, 그 관계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In-Out(안과 밖)>은 우연히 작업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이미지를 바라보면서 갑자기 다른 시. 공간 속에 놓여져 있는 듯한 어떤 사물 즉, 그때의 화분과 그것이 놓여 진 공간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생각, 감정이 수반된 비현실의 공간이기는 하나, 내가 경험한 그 사물의 형에 대한 시각, 그 사물의 시. 공간에 대한 생각이 투영되었다. 그때의 인상의 강렬함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그 사물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 방법을 연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개체의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간 속 사물의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부분적으로 확대하고 아크릴에서 유화로 재료의 변화가 시도되었다.    

사물과 시.공간: 나의 작업은 내가 직접 경험한 시공간과 사물과의 관계, 다시 말해서, 작업실, 까페 등의 나의 일상 속에서의 겪는 공간들 속에서 바라 본 창가에 놓인 화분, 탁자에 놓인 컵 등의 사물들을 반복되는 붓의 흐름을 따라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의 시각과 생각, 감정이 수반된 비현실의 공간속에서 여러 사물들 속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집중적으로 관찰된 하나의 사물을 보여준다.  

톨스토이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에서 

  "예술이란, 자신이 경험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움직임. 선. 색. 소리. 단어를 수단으로 해서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경험하도록 전달하는 것" 

이라고 했듯이, 나의 시각, 생각, 느낌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소소한 풍경들 속에서 내가 경험한 나만의 태도나 정서, 규칙이 적용된 공간과 사물의 관계는 수많은 경험과 시간의 흐름 속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사실상 화분, 등잔, 컵들은 현실에서는 정적(靜的)인 공간과 사물에 불과하지만, 나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기억에 의해 ,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해석에 따라 화면에 반복적으로 놓여진다. 이들 사물들은 어느 순간 공간 속에 나열된 여러 사물들 속에서 그 관계나 물성(物性)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면서 그 형태가 점점 확대되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고, 마음가득한 대상은 나로 하여금 화면을 가득 채우게 하였다. 하나의 사물을 확대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많은 사물이 놓여 졌던 공간이 선택된 하나의 사물 속에서 재발견되었다. 과연, 늘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과 그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나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심코 바라본 하나의 사물, 그것은 작은 개체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그것이 놓인 공간을 그 대상이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주체가 나라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즉, 공간과 사물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누가 바라보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공간과 사물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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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러가기

 

‘맥脈 - 한국현대회화 8人’ 展 

참여작가 : 곽훈, 김구림, 김태호, 서승원, 안정숙, 이강소, 정보원, 하종현

갤러리 박영 

2009. 3. 7(토) ~ 2009. 4. 19(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6-6호 | T.031-955-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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