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magazine vol.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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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_광모 | 공기의 방 | 글_김용민

공기가 이곳에서 유심히 머물러 있다. 거기서 유심하게 바라보는 한 시선을 본다. 그리고 한 시선에게 흐르는 시간에서 한 장소를 건질 수 있겠는가 묻는다. 그것은 내가 바람과 같아서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고 말을 건넨다. 지나간 것에도 장차 올 것에도 흐르는 시간은 나에겐 없다고 공기는 말한다. 그래도 흔적은 있으니, 흔적이 묻어나는 위치가 있으니 위치가 묻어나는 장소가 있으니, 여기 장소에 그대 공기가 머물러 있지 않은가하며 한 번 더 묻고 기다린다. 그때의 이름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언제나 변치 않는 공기의 기억을 찾고 싶다. 건물이 오랫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다. 삭아가는 간판 글씨가 나보다 오래된 할아버지다. 유심히 머물러 있는 공기가 말을 꺼낸다. 다시 한 번 나는 그대의 들숨에 없어졌다가 그대의 날숨에 전과 같지 않다. 바로 그것이라 말하는 시선의 표정이 점차 색 빠진 공기의 평면을 보기 시작한다. 처음엔 바라보다 머물렀고 지금은 듣고 들리는 거기에서 나의 마음의 풍경을 찾는다. 문이 열리고 그곳을 들어가면 유쾌한 환상의 세계가 화석이 되어 있었다. 마치 머릿속에 서커스가 방랑하는 기분이다. 기린이 말을 하고 어여쁜 친구가 향수(nostalgia)가 되어 사색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언덕 위 나무 한 그루. 이제 밖으로 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 이처럼 정신을 잃게 만드는 세계가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세상의 빗장을 풀게 될 때, 나의 시선은 불필요한 공기의 장치를 버리게 되겠지. 그래서 유심히 기다렸고 공기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한 소리가 귀를 스친다. 당신은 연극을 하고 싶어 한다. 그 무대는 북경의 자금성도 아니요, 어느 허름한 부산 뒷골목도 아니다. 저 공중에 떠있는 붉은 색 애드벌룬이 주인공이 되어 색 바랜 거울에 비친 세계를 무대로 초청하고 있다. 기다린 만큼 화면을 읽어낼 소제(小題)는 많다. 각각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 묻는다. 여기는 어떤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거울과 핸드드라이어, 개수대, 여기 저기 벽에 교차하는 그늘. 구석에 모이는 이들이 원래 여기에 있었지만 새로운 배역을 맡아 희미한 빛과 희미한 어둠의 무대로 옮겨졌다. 또한 당신은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국적을 잊고 싶어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장소마저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세계로 변해 있었다. 장난감 같은 배우들 그리고 마차, 저 하늘에서 뛰어 내리고 있는 한 남자. 현실도 이념(idea)도 아닌 땀의 분비물이란 찾아볼 수 없는 나긋한 나르시시즘1)으로의 이행이었다. 붉은 공이 동그란 세계로 비친다. 나이를 잊어라. 그래서 어렸던 ‘꿈의 이론을 보완하는 것’2)이다. 전에는 현실에서 감정이 전이되길 기대했지만 이제는 그 세계가 시선의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꿈을 꾸는 것과 ‘다시 어린아이’가 꿈을 꾸는 것이 다른 것이 자기애와 이기주의와의 차이가 아니었던가. 한 발 더 나아가 그때 기다렸던 공기를 다시 찾아서 기다리는 시선은 꽤나 큰 목돈을 마련하여 공기의 기억을 찍고 있다. 왜냐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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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도 | 도시의 시간성 

도시의 기능은 통행자들의 목적지에 대한 안전한 왕래와 편리한 접근성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도시 자체와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현대인의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되기도 한다.

통의동 옛 보안여관 자리에서 기술 미디어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4명 작가들의 전시는 21세기 도시의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매체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이미 본래의 기능성을 상실한 채 도심 한 가운데 존재하는 ‘장소’는 마치 옆에 있지만 적극적인 현전(presence)을 주장하고 있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잊혀져 있는 인간, 혹은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통행로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어떤 면으로는 ‘시간의 지리학’(temporal geography)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기능을 상실한 장소에 대한 예술적인 접근과 해석이 ‘그’ 장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지도에 나와 있지 않던 장소가 어떤 사건을 통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개성과 의미를 지닌 장소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 작품은 도심의 시간(농촌과는 분명히 다른)을 새로운 의미로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일반적인 대도시들의 억압적인 거대함과 그 안에 내재된 시스템은 사회심리학의 연구 대상이기도하다. 그리고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인간과 인간의 정서적인 만남과 소통이 아니라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펼치게 만드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갈등과 화합이 끊임없이 생성·소멸되고 있는 ‘과정’을 구현하고 있는 도시의 현전성은 어떤 상징적인 지표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도시의 그런 상징적인 지표들에 관한 시각적 생산의 가운데 윤주경과 이승준이 있다. 이 두 작가의 이미지 저변에는 직간접적으로 남근적(phallus) 권력과 억압에 대한 해석적 성찰이 깔려있다. 그것이 도시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든(윤주경) 아니면 테마파크적인 요소들의 생경한 이미지적 조합을 통해 희화화된 인성(이승준)이든, 그 의미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차원에서 도시의 의미론적 조합이 지속적으로 인간의 도시환경 속에서의 진화를 의미해 왔다면, 그런 레퍼런스를 가지고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에 관해 질문하고 있는 작가는 김소희와 이진준이다. 도시의 기원, 시간의 기원의 문제에 대해 내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시간과 초시간의 상황을 도시와 역사적 상징들을 가지고 조합하거나(김소희), 도시 환경에서 다양한 조합의 방식으로 표출될 가능성을 지닌 욕망과 인성을 도시의 시각적 질감으로 변화시킴으로서(이진준) 도시의 물질적인 차원을 개인의 성찰적 차원으로 변화시킨다.

도시의 시간과 농촌의 시간, 집단적 시간과 개인적 시간의 정신적인 지속시간(duration)은 서로 다르고, 그 차이는 사회적인 환경과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들의 기능적이고 정신적인 편차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차이일 것이다. 도시는 이 차이를 그 안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환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도시 속에 거주하는 인간들에 부여된 시간의 속도로 받아들인다. 결국 21세기에 인류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는 수많은 개념과 철학적 성찰이 개입되고 해석이 필요한 현장(locus)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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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걸_떠도는 자 

오늘 아침은 너무나 눈부시지요? 기도 했어요.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이렇게 말해도

좋을 런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보지 못한다고 사랑이 끝나지는 않겠지요.

전 지쳤어요. 당신을 떠나겠어요. 좋은 친구였지요.

몇 년 만 더 있어줘! 자고나면 별거 아니야. 혹시,

나는 그를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을 찾을 수가 없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고귀한 영혼을 가졌었지. 그들은 지도에도 없는 땅에서 강물처럼 유영하였고 겨울이

나무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사랑을 했었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영감을 메말라 버리게 하였어! 깊은 상처를 남겼어.

그 남자의 과거는 잔인 하였고 삶은 늘 쓰기만 하였다

심장은 불의 기관,

방랑자

또는,

잃어버린 날개

그 남자는 스스로에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언덕을 넘어 그녀를

데리러 가다가 쓰러진다. 그러다가 두꺼운 책 옆에서 죽는다.

사람들은 오해했다/ 그녀가 그를 사랑 했기에

죽었다는

썸씽 아웃

소나기는 날개를 때리고 있다. 가혹함은 배를 흔들고,

퍽 퍽

흩어지는 건 깃털이다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있었어.  어느새 강물 위를 스쳐가는 알 수 없는 예감들은/

꿈에 취해,

허공을 떠돌던 그 이름들은 수수께끼가 되었나. 팽팽한 낚시 줄을 아침까지 움켜쥐고.

당신을 보기위해 먼 길을 왔소. 거처는 어디죠?

나는 매일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내 영혼은 당신을 위해 존재 하니까.

내일 부터는 현재의 우리 이지요.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아요. 그렇게 말할 수 있

어요? 마음껏 웃는 거야. 당신은 천국을 기억하지요. 이젠 옛날일은 잊어버려요.

무슨 생각을 해? 바다를 생각했어.

나무와 이야기 할 수 있어? 그럼,

너의 영혼을 심고 싶어.

나무에,

새집에 있는 새끼들이 다 죽었어. 매일 표시 했어. 내겐 의미가 커.

네 미래는 밝을 거야. 난 상관없어, 이대로가 좋아.

그러나 날 떠나지는 마.

이젠 주도권이 없어졌지. 믿음도 그래, 일단 잃어버리면 모든 게 분명해지지. 원인이

반드시 있는 건 아니죠. 그냥 일어날 뿐이죠.

고통은 쓰기 쉽다 어디나 널려 있으니까. 저항하는 것도 부질없다.

왜 원 하는 것의 정 반대로만 되는 거죠?

무엇이 진정한 논리이죠? 누가 이성을 결정합니까?

하나님 날 잊어줘요. 지쳤소?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소. 자신에 대해 알려거든 스스로

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지? 온전히 홀로되어야지. 처박혀 있는다고 될 문제는 아니지.

바깥 세상에 해답이 있거든. 천재는 질문 전에 해답을 안다고. 사물에 가치를 매기는

일도 괜찮은 일이지.

 

냄새를 맡았군요. 사랑의 냄새를/ 정황으로 봐서 둘은 애인 사이인 것 같소. 그들에게

는 충분한 시간도 있지 않겠어요. 그것뿐인가요.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가 말이 없다는 것은 사랑 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질투한다. 슬프게도 난 그녀를 질투한다.

당신이 여기에 와 있는 순간 뜻밖의 것을 발견 할 수 있죠. 힘에 맞서고 있을 때 자신

의 변화를 이해 못하고 있을 뿐이지. 기다리세요. 기다리세요.

이야기는 이렇게 다시 시작됩니다.

누구시죠?

길을 잃었습니다. 빈방 없습니다. 빈방 있습니다. 창가에는 가지 마세요.

왜죠?   ...... 그는 가혹하여 말이 없었다.

 

재를 연상하고 있다

팽창을 꿈꾸며

사나움을 환기 시키며

춤을 추고 있다

지금까지, 매일

춤을 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라짐은 연기인가

단지, 그에 대한 기억은

빈 곳을 질주하는 금줄선

 

- 떠도는 자의 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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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러가기

 

배수관 제5회 조각展

 

- 추상적 사유 / 현실적 사유 -

 

대안공간 눈(제1전시실)

 

2009. 9. 1(화) ▶ 2009. 9.10(목) 

오프닝 : 2009. 9. 2(수) 오후 5:00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 3/2 |031-244-4519

www.galleryart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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